“딸을 안을 수 있는 소원 이뤄” 기사의 사진
‘나무인간’으로 불리던 아불 바한다르의 수술 전(위쪽)과 수술 후(가운데) 모습. 손가락을 뒤덮고 있던 나무껍질 모양의 사마귀가 대부분 제거됐다. 딸을 안아보고 싶다는 소망도 이뤘다(아래쪽). 유튜브 캡처
손발에서 나무껍질 모양의 사마귀가 계속 자라나는 희귀질환에 걸린 방글라데시 남성이 1년 동안 16차례나 수술받은 끝에 두 손을 정상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고 미국 CNN방송 등이 10일 전했다.

방글라데시 남서부 쿨나에서 인력거꾼으로 일하던 아불 바한다르(27)는 10세 때부터 ‘사마귀상 표피이상증(Epidermodysplasia Verruciformis)’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양손을 온통 사마귀가 뒤덮어 나무 형상으로 변해버렸다. 이 병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희귀한 질환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남성 1명이 이 병으로 숨졌다. 바한다르가 4번째 환자다. 그는 증상 악화로 혼자서 음식을 집을 수도, 양치질이나 샤워를 할 수도 없게 됐다. 생업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난 때문에 치료를 엄두도 못 내다가 지난해 초 다카의과대학병원을 찾았고 정부 지원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이 소식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바한다르는 ‘나무인간’, 그의 질환은 ‘나무인간병(tree-man disease)’으로 불렸다.

수술에 돌입하기 전 바한다르는 “평범한 사람처럼 살고 싶고, 내 딸을 안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바람은 결국 이뤄졌다.

그는 지난해 2월부터 16차례 수술을 통해 무려 5㎏에 달하는 사마귀를 떼어냈다. 수술 책임자인 사만타 랄 센 박사는 “바한다르는 손을 써서 식사하고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그는 이 희귀질환의 첫 번째 치료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모양을 다듬는 수준의 경미한 수술만 몇 차례 더 남았다. 바한다르는 한 달 뒤쯤 퇴원할 예정이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지만 이제 괜찮아졌다”며 “세 살배기 딸을 무릎에 앉혀놓고 같이 놀 수도 있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저주가 다시 찾아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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