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김재중] 반기문, 안철수 그리고 새정치 기사의 사진
2012년 대선 당시 기자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3가지’가 회자된 적이 있다.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머릿속 생각’이 그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리송한 것들이다. 특히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당시 국민이 염증을 느끼던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나 돌풍을 일으켰던 터라 기자들은 그가 주장하는 ‘새정치’에 주목했었다. 하지만 변화를 외치는 그의 열정에는 공감하면서도 끝내 ‘새정치’의 실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2012년 대선 판도를 흔들었던 새 인물이 안철수였다면 2017년에는 반기문이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오후 귀국한다. 그의 귀국 행보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국민 대통합, 경제·사회 대타협 등 ‘새정치’의 메시지를 던지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많은 장점이 있다. 2001년 외교부를 출입할 때 외교가에는 당시 반기문 차관을 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반기문만큼만 하라’는 말이 정설처럼 돌았다. 외교관으로서 탁월한 그의 능력과 성실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친화력도 뛰어나다. 그는 바쁜 와중에도 새로 외교부를 출입하게 된 기자를 따로 불러 차를 한잔 대접하며 따뜻하게 대해주던 기억이 난다.

세계무대에서 명성을 쌓은 그가 청년실업, 양극화, 저출산과 고령화, 소통부재 등 국내 문제에도 천착하면서 모국에 기여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길이 꼭 대권 도전이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반 전 총장은 2012년 톰 플레이트 전 UCLA 교수와의 대담에서 “저는 저의 자질을 잘 압니다. 저는 타고난 외교관입니다. 국내 정치에 전념할 분들은 저 말고도 많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그가 과연 복잡하게 얽힌 우리 사회의 난제를 풀어낼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 우리나라를 운영할 적임자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더욱이 그는 국내 정치기반도 없고 국내에서 선출직에 나서 본 적이 없다. 그러기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올해는 조기 대선이 예상되기 때문에 검증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언론과 국민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반 전 총장도 검증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실패에서 보듯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적인 재앙이 되고 국민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검증은 분명한 근거와 사실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 중상모략, 인격모독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현재로선 언론의 역할이 크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 보듯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히 요청된다.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 반 전 총장이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명료해야 한다. 분야별로 국가 운영 플랜도 제시해야 한다. 외교관의 수사처럼 추상적이거나 뜬구름 잡는 식의 ‘새정치’ 구호만 난무한다면 감동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시대정신에 대한 치열한 고민 없이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 연대나 ‘뉴DJP 연합’ 같은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려 한다면 기존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

국내 정치는 국제 정치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위안부 합의 등 사무총장 시절 자신이 했던 말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 전 총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높이 평가했었다. 반 전 총장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혹독한 검증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성공한 외교관으로 남는 게 낫다.

김재중 사회2부장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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