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1일 발간한 ‘2016 국방백서’는 우리의 안보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서 폐연료봉 재처리 과정을 통해 플루토늄 50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는데 이는 2008년 40여㎏에 비해 10㎏이 늘어난 수치다. 국방부는 북한이 이 플루토늄으로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전체 병력이 2년 전에 비해 8만여명 증가한 128만명으로 평가됐으며, 처음으로 국방백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위협이 적시됐다. 사이버 공격과 테러 위협 역시 처음 명시됐다.

그런데 북한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 한반도의 외교·안보지형은 그 어느 때보다 위중하다. 자체 대응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우방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국 정치권의 혼선은 미국을 당황케 하고 있다. 오는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지만 정상외교는 요원한 상태다. 소녀상 설치 문제로 일본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 대권주자들 사이에서는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의 위협도 도를 넘었다. 경제적 보복과 함께 폭격기 등 군용기 10여대가 지난 9일 제주 남방 이어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4∼5시간 기습 침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주변국의 동네북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우왕좌왕할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를 당했다 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문제에서 만큼은 한 치의 공백이 생겨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와 여야의 주요 정당이 함께하는 외교·안보 협의 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세를 솔직하게 설명하고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국익이 걸린 민감한 현안을 놓고 무책임한 주장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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