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이 자꾸 들린다. 대통령의 근무체계는 24시간 재택근무이며, 관저는 ‘제2의 본관’이라는 대통령 측 답변 근거는 노 전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 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이전 회의나 저녁 회의, 휴일 업무를 대부분 관저에서 봤다”며 세월호 참사일 관저에 머물렀던 행위를 정당화했다. 2004년 6월 김선일씨 납치사건을 예로 들어 박 대통령의 행위가 노 전 대통령의 행위와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폈다.

박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은 이라크 무장단체가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촌각을 다투던 당시에도 관저에 머물며 전화와 서면으로 보고를 받았다” “‘관저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인, 지인을 관저에 불러 대소사를 논의하는 일이 흔했다”며 신문기사들을 근거로 들었다. 정작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는 “언론보도는 증거 가치가 없다. 증거 채택에 모두 부동의하겠다”던 박 대통령 측이었다.

박 대통령은 앞서 탄핵소추의결에 대한 헌재 답변서에서도 노 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했었다. 최순실의 역할을 ‘키친 캐비닛’으로 규정한 뒤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도 ‘봉하대군’으로 불렸다고 했다. 공무원 임면권 남용 지적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 시절을 환기했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취임 직후 행자부 1급 11명이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인데, 그나마 답변서에서는 2003년 3월의 일이 2013년 3월로 오기(誤記)됐다.

탄핵소추사유의 뼈대를 이룬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결국 노 전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정부의 사정비서관이었고, 윤석열 현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은 노무현정권 때 특채된 유일한 검사였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시비를 걸었다. 서 변호사가 발언을 이어갈 때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그를 제지하려 했다.

이런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 기각 결정을 얻어낸 노 전 대통령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2004년 피청구인 측 전략 그대로 탄핵소추의 절차상 문제부터 거론했지만, 준비절차기일에서 헌재 측 권유로 이 부분은 논외 처리됐다. 대통령 측근들의 방어권을 중시하는 것도, 증인신문을 하기 전에 신문사항을 미리 보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도 2004년의 심판과 되풀이되는 장면이다. 다만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이 빠른 심판 진행을 촉구했던 데 비해 이번 대통령 대리인단은 검토할 기록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지연 전략을 펴는 모습이 다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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