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T-헬로비전 합병 막아달라”  황창규, 朴 대통령과 독대 때 민원 기사의 사진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에 ‘SK텔레콤(SKT)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 달라’는 민원을 넣은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이후 합병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던 양사의 결합은 그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병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실패로 끝났다.

사정 당국과 특검팀 등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설을 전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청와대 경제수석실에서 동시에 ‘대통령과 황 회장의 독대가 예정돼 있으니 준비하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는다. 전경련은 KT 측에 “건의사항이 있으면 제출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한다.

당시 통신업계 최대 이슈였던 SKT-CJ헬로비전 합병에 적극 반대했던 KT는 청와대에 ‘합병을 막아 달라’는 민원을 전달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양사는 2015년 11월 2일 인수·합병(M&A)을 발표하고, 한 달 뒤인 12월 1일 공정위와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에 각각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KT는 합병반대 논리를 담은 30∼40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해 독대 전 전경련과 경제수석실에 동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대 과정에서도 황 회장과 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정황도 포착됐다. KT가 청와대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5개월 뒤인 2016년 7월 공정위는 ‘유료방송 독과점 심화’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합병금지를 결정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인사 민원을 통한 광고 몰아주기 등으로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이권을 챙겨준 KT가 최씨의 위세를 이용해 경쟁 사업체의 합병을 가로막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1월과 8월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홍보 전문가인 이동수가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KT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혜성(이동수의 지인)도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수석이 황 회장에게 연락한 뒤 두 사람은 일사천리로 채용됐다. KT는 능력도 검증되지 않은 두 사람을 임원으로 채용한 뒤 심사 기준까지 바꿔 실적이 없는 최씨 소유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가 KT 광고를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덕분에 최씨의 회사는 68억원 상당의 광고(7건)를 수주했다. KT와 최씨의 유착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KT는 “전경련으로부터 건의사항을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고, SKT와 CJ헬로비전 합병에 반대하는 보고서도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글=노용택 정현수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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