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평소 대통령 철학 알아 연설문 의견 냈다” 기사의 사진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호송차에서 내리고 있다.윤성호 기자
“안종범 피고인, 본인 업무 수첩을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다고요?”(김세윤 부장판사)

“검찰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습니다.”(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변호인)

“박근혜 대통령에 불리한 증거가 제출되는 걸 어떻게든 막겠다는 겁니까?”(검찰)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2회 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측이 자신의 업무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 전 수석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거론된다.

검찰은 “안 전 수석 자신이 직접 대통령 지시사항을 받아 적은 수첩”이라며 “이게 안 전 수석의 판단이겠느냐. 조직적 배후에 대통령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최씨 측도 검찰 측 증거를 걸고 넘어졌다. 최씨 측 변호인은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의 문자메시지, 통화 녹음을 증거로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열거하며 “정황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며 직권으로 채택했다. 최씨 측은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태블릿PC 전문가”라며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변씨는 태블릿PC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위원회’ 소속이다. 재판부는 증거 채택 결정을 보류했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비리와 관련된 증거 자료를 무더기로 공개했다. 검찰이 안 전 수석 휴대전화에서 찾아낸 정 전 사무총장의 자필 각서에는 “미르 관련 정보를 유출하지 않겠다. 언론 보도가 저로부터 시작된 것을 사과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을 고친 사실도 인정했다. 최씨는 “대선 당시 선거운동을 도와드리며 말씀자료 등에서 대통령의 마음을 표현한 부분 위주로 이메일로 받아 수정한 뒤 메일로 보냈다”며 “평소 대통령 철학을 알기 때문에 의견을 낸 것”이라고 진술했다. 최씨는 “사실 박 대통령에게 제가 먼저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통령님이 의견을 물어와 제 생각을 정리해서 얘기할 때 주로 연락한다”고도 했다. 이 진술을 공개한 검찰은 “결국 국민은 최씨 철학을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가 차은택씨와 함께 재단 사업에 주도적으로 관여했다는 증거도 제시됐다. 검찰은 차씨가 운영한 아프리카픽처스 회의실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회의실 화이트보드에 ‘미르’ ‘PG(플레이그라운드)’라는 단어가 곳곳에 적혀 있다. 미르재단은 문화 의료 음식 등 사업을 하고, 최씨가 실제 운영자인 PG는 K푸드·패션 등 각종 이권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사익을 추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최씨 측 주장을 깨뜨리는 증거라는 취지다.

KT·삼성 관계자 등이 “전경련에서 청와대 경제수석 지시이고, VIP 관심사라는 말을 듣고 급하게 출연한 것”이라고 말한 진술 조서도 공개됐다. 비선실세 논란이 불거지자 전경련이 대응책 마련 등을 모색한 내부 보고서도 제시됐다.

이날 수의 차림으로 출석한 최씨는 검찰 측 증거 자료들이 피고인석 앞 모니터에 제시될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자신의 회사 ‘더운트’ 등에 근무한 직원들의 진술 조서가 공개될 때면 몸을 앞으로 바짝 기울였다. 안 전 수석은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었다.양민철 황인호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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