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때처럼… 오바마, 고별연설의 끝은 “Yes We Can”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고별연설을 하던 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설 도중 청중은 수차례 기립박수를 보내며 “4년을 더 맡아 달라”고 외쳐 임기가 채 끝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우리 현실과 극명히 대조됐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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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대한 희망’을 말해 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서 임기 마지막 대중연설을 하며 다시 한번 희망을 외쳤다. 분열 위기에 봉착한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면서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주의를 지적했다.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민주주의는 당신을 필요로 한다”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독려했다. 마지막 연설 또한 지난 8년간 명연설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다웠다.

10일 오후 8시(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엔 시민 1만8000여명이 들어찼다. 파란 넥타이를 맨 오바마가 손인사를 하며 무대에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그는 두 차례 대통령 당선 뒤에도 시카고에서 승리연설을 했다. 얼굴에선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드러났지만 그의 발언에선 8년 전 뜨거운 열정이 여전히 꿈틀대는 듯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고, 역대 가장 오랜 시간 새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자평했다.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란 핵협상 체결 등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고 언급했다. 역점 사업이었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해냈다. 당신들이 해낸 것이다. 당신들이 바로 그 변화”라며 시민들을 치켜세웠다. 또 “보통사람이 힘을 합쳐 참여하고, 협동하고 요구할 때에만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기나긴 경주를 하면서 그 믿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땀과 노력, 상상으로 개개인의 꿈을 좇을 수 있는 자유와 대의를 위해 함께 분투해야 하는 사명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선 “부드럽게 정권을 넘기려 노력했다”고 단 한 차례만 언급했다. 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며 전진해 왔다”며 반(反)이민주의를 주창한 트럼프 기조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지지자들이 “4년 더”를 외치자 오바마는 잠시 연설을 멈춘 뒤 “그럴 수 없다”고 웃었다.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사람을 이해하려면 피부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걸어야 한다”며 이해와 화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부인 미셸 여사를 언급할 땐 눈시울이 붉어졌다. 말을 잇지 못하고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그러면서 “미셸은 내 아내이자 내 아이의 엄마, 나의 가장 친한 친구다. 원하지도 스스로 만든 것도 아닌 역할을 25년간 우아하고 씩씩하게, 품격 있고 재치 있게 해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큰딸 말리아는 현장을 찾아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지만 작은 딸 사샤는 시험 준비로 참석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부통령을 두곤 “형제를 얻었다”며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오바마는 “우리는 할 수 있다. 해냈다. 할 수 있다(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는 외침으로 연설의 마침표를 찍었다. 시민들은 50분여간 이어진 연설 중 수십 차례나 기립하며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뜨겁게 작별했다. 이날 입장권은 선착순 배포 2시간30여분 만에 모두 동났고 온라인상에서는 암표가격이 5000달러(약 600만원)까지 치솟았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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