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뒤엎은 ‘합병 불허’… 靑 작품이었나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2일 경기도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분소를 방문해 KT 황창규 회장으로부터 보육기업 성공 사례 설명을 듣고 있다. 황 회장 왼쪽 뒤로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국민일보DB
공정거래위원회의 SK텔레콤(SKT)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 불허 결정은 논리적 전개, 과거 M&A 심사 결과와의 상이성 등 여러 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231쪽에 달하는 공정위 심사보고서를 검토했던 한 관계자는 11일 “시장 구획, 가격인상 압력(UPP·Upward Pricing Pressure) 분석 등 여러 면에서 불허를 내리기 위해 짜 맞춘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당초 예상됐던 조건부 승인 대신 불허를 내린 주된 논리는 CJ헬로비전 합병 시 케이블방송 시장 23개 중 21개 권역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합병 시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21개 권역의 시장점유율은 50%대가 8개로 가장 많았고, 70% 이상은 5개에 불과했다. 이 전문가는 “과거 공정위 M&A 심사 결과를 보면 70% 이상이 되더라도 가격인상 제한 등 조건을 걸어 합병을 승인해줬다”면서 “이 정도 시장점유율로 전면 불허 결정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23개 지역시장으로 나눠 경쟁제한성을 판단해놓고, UPP분석법은 전국시장을 놓고 분석한 것도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논리로 공정위는 극히 예외적으로 전면 불허 결정을 내렸다. 수십년 공정위 역사상 M&A 전면 불허 결정은 10건도 안 된다.

사건 처리 절차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두 회사는 2015년 12월 심사를 신청했지만, 지난해 7월 초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통상 심사 기간은 3∼4개월을 넘지 않았었다. 공정위가 일찌감치 결론을 내렸지만 외부 압력에 전원회의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던 공정위는 지난해 7월이 되자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7월 4일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뒤 이례적으로 반박 보고서를 1주일 안에 제출하라고 두 회사에 통보했다. SKT는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전체 사건처리 과정에서 공정위 내 극히 소수 관계자만 사건에 관여했다. 간접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 있는 한 간부는 “나한테도 아무 보고도 없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공정위가 지난해 6월 청와대에 양사 합병에 대해 ‘조건부 찬성’ 의견을 보고했지만 청와대 논의 과정에서 뒤집혔다는 주장도 제기된 상태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당시 공정위 분위기가 ‘합병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의견이 강했고, 청와대에도 그런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정치적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SK와 CJ 모두 당시 박근혜정부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불편한 관계였다는 점 역시 공정위의 최종 합병 불허 결정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씨 측은 2016년 2월 K스포츠재단 지원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SK와 만나 80억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SK가 사업 관련 서류보완 등을 요구하며 액수를 깎자 그해 5월 10일 “없었던 일로 하자”고 최종 통보했다. CJ는 박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영화와 TV 프로그램으로 정권 초반부터 ‘찍힌’ 상태였다.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CJ 부회장 퇴진을 요구한 녹취록이 이미 공개됐다. 반면 KT는 박 대통령의 인사 민원을 들어주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18억원 출연과 함께 최씨의 광고회사에 약 70억원을 몰아주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세종=이성규 기자, 노용택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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