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주린 자에게 생명의 빵을” 선한 명령 지킵니다

노숙인 돌보는 사회복지사 ‘김충호씨’

[예수청년] “주린 자에게 생명의 빵을” 선한 명령 지킵니다 기사의 사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노숙인지원시설 햇살보금자리에서 지난 10일 만난 사회복지사 김충호씨가 노숙인들에게 나눠 줄 빵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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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역 앞에는 지난 10일 평소와 같이 무리지은 노숙인들이 앉아있었다. 어떤 이는 술에 취해 쉴 새 없이 떠들었고, 다른 이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행인들은 그들을 무심히 지나쳤다. 간혹 흘끗 쳐다봤지만 시선은 차가웠다.

10여년 전 그날도 그랬다. 그때도 영등포역 앞에는 노숙인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외면했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충호(31)씨는 조금 달랐다. “그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노숙인 아저씨들을 보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더군요. 마음 한구석이 따끔하면서 노숙인들을 위해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등포구에 위치한 노숙인 지원지설 햇살보금자리에서 만난 김씨가 당시를 떠올리며 말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다.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꿈이 없다보니 공부에 대한 열정도 사라졌다. 그런 김씨를 보고 누나가 말했다. “너 크리스천이잖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비전이 없으면 어떡하니. 당장 오늘부터 기도하면서 네 비전이 뭔지 하나님께 여쭤봐.”

반신반의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노숙인들을 보고 가슴이 뛴 건 비전을 찾아 기도를 이어가던 그 시기였다. “남들은 꺼려하는 그들에게 관심이 가는 것이 신기했어요. 확신을 얻고자 더욱 간절히 기도했고, 결국 그들을 품는 게 제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전이 생기니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사회복지 전공을 택해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막상 공부하다 보니 사회복지의 범위는 매우 넓었다.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다문화 가정 등 노숙인을 제외하고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많았다. 노숙인 복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목도 거의 없었다. ‘노숙인을 돕는 일만 꼭 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시선을 돌린 건 2008년 기독교사회복지론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기독교 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일정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 햇살보금자리를 찾게 됐죠.” 햇살보금자리는 영등포산업선교회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한 노숙인들을 돕기 위해 정부와 교회의 도움을 받아 세운 시설이다.

“그때 방문해서 노숙인들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각자의 사정과 이유로 상처입고 불가피하게 거리의 생활을 택했지만 외형적 모습 때문에 마냥 경계의 대상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죠.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고등학생 때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 때마침 햇살보금자리에서 직원채용 공고를 냈고 김씨는 주저 없이 지원해 2010년부터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김씨에게 노숙인에 대한 정의를 물었더니 ‘한 번 이상의 엄청난 좌절을 경험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이혼 후 거액의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한 탓에 파산한 사람 등 사례는 다양합니다. 심각한 건 제가 만난 노숙인의 절반가량이 고아 출신에 매우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좌절을 경험했고 가난과 멸시를 통해 좌절에 좌절을 거듭하다 보니 삶의 의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노숙인들 중에 간혹 거친 욕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분들이 계세요. 도대체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봐 주기 때문이라더군요. 늘 무시당했기에 잘못된 방법을 통해서라도 관심을 얻고자 하는 겁니다.”

햇살보금자리는 하루 평균 60∼70명의 노숙인들이 추위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 연 500여명이 일자리를 찾도록 도우며 고시원이나 쪽방 등 주거지를 얻도록 지원한다. 주거복지재단 등과 연계해 적절한 가격으로 임대 주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을 하는 것에 적응하고 임대주택에 살며 자신의 보금자리를 소중히 여기는 모습, 정상적으로 삶을 회복해 가족들과 다시 만나는 모습을 보면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김씨는 자신이 일을 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신앙이라고 했다. 그는 결혼 후 모교회를 떠나 아내와 함께 개척교회인 서울 생명을주는교회(예장합동)에 출석하고 있다.

“마태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하지 않은 것이 곧 내게 하지 않은 것이라 말씀하셨죠. 노숙인들 가운데 예수님이 계시다고 생각해요. 그들을 품으라는 비전을 주신 것도 하나님이시잖아요. 힘들어도 그 명령을 기억하며 더욱 열심히 섬길 겁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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