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귀국했다. 아시아인 최초로 유엔을 이끈 한국인의 귀환을 환영한다. 그가 지난 10년간 해낸 일을 조명하는 게 순서겠지만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터라 앞으로 하려는 일을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반 전 총장은 아직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 어떤 대통령이 되려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국민 통합이라는 원론적 메시지를 내놨을 뿐이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두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려는지 비전과 구상을 밝혀야 하고, 지도자 자격을 확인하는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오랜 기간 숙고와 준비를 했을 테니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설명하고 판단을 기다리면 될 일이다. 만약 국민이 납득해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대선 과정에서 여러 선택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국 정치는 기로에 서 있다. 반 전 총장은 그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지지율을 가졌다. 우리는 그가 이 정치판을 뒤흔드는 선택을 내리기 바란다.

대통령 탄핵소추를 이끈 촛불민심은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국가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를 실행해야 할 정치권은 여전히 구시대적 정치공학에 사로잡혀 있다. 지역주의, 진영논리, 패권주의. 이 세 가지를 빼고는 지금의 정치판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공산당만 아니면 반기문을 따르겠다”는 충청권 의원들이 있고, 반 전 총장 귀국에 맞춰 “보수인지, 진보인지 밝히라”는 요구가 버젓이 나오며, 대세론을 펴는 친문세력은 또 다른 패권집단이란 비판을 받는다. 반 전 총장은 백지 상태에서 지지기반을 구축해가야 한다. 불리한 환경이지만 새 판을 짜기에는 누구보다 유리한 입장일 수 있다.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진영에 의지해 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만 낡은 길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길 권한다. 정치세력화는 결국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지역, 진영, 패권을 뛰어넘는 가치를 제시하고 그 깃발 아래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을 모아 지지기반을 넓혀갈 수 있다면 정치판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리더십을 증명해 보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외교안보는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강압적 통상정책이 현실화됐고, 일본과 위안부 문제, 중국과는 사드 문제로 갈등이 고조됐다. 언제 북핵 위기가 또 닥쳐올지 모른다. 반 전 총장은 대선주자이기 전에 한국의 가장 노련한 외교관이다. 정부가 이 위기에 대처하도록 충분한 조언과 협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국제무대경험자산을 조국을 위해 쓰는 첫 번째 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정치 신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앞에 놓인 많은 가능성은 그의 자격을 국민이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열릴 수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검증대에 서고, 만약 부정적 판단이 나온다면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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