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뇌물 공여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를 받고 있다. 진위를 떠나 글로벌 기업이자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삼성전자의 이미지가 훼손된 것은 물론이다.

쟁점은 대가성 뇌물 공여인지, 박근혜 대통령의 공갈협박에 따른 강제적 지원인지 여부다. 특검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하는 대가로 이 부회장이 최순실 모녀를 지원하도록 지시했거나 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피해자이지 대가성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부분은 “누구를 봐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고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고 주장한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 또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는가 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삼성 계열사 합병 당시 찬성 여론이 우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수천억원 평가손실을 감수하면서 합병에 찬성하고, 이렇게 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섰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특검은 명백한 증거와 법리로만 판단해야 한다. 막연한 정황과 대기업에 대한 비판여론에 휘둘려 오판을 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될 일이다. 이 부회장은 실체적 진실 규명에 협조하길 기대한다.

최순실 사태는 ‘정치는 삼류여도 기업은 일류’라는 국민들의 자부심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문민정권이 들어선 지 30년이 됐어도 1960∼70년 개발연대의 후진적 정경유착 관행이 그대로 잔존하고 있음을 목도했다. 이제야말로 악습을 끊고 이름에 걸맞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고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투명한 경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다. 재벌 개혁은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을 옥죄는 규제는 없애야겠지만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고 투명·정도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대통령의 겁박이 있더라도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주주들이 무서웠다면 총수들이 검찰에 불려다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