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환 특파원의 차이나스토리] “오지에 영화 배달했는데…” 위기 맞은 中 ‘시네마 천국’ 기사의 사진
중국 남부 광시좡족자치구 친저우시 반청 마을에 사는 농민 뤄옌쭝(63)씨는 이웃 마을까지 알려진 유명 인사입니다. 이름보다는 유력 인사를 뜻하는 ‘다헝’으로 불립니다.

뤄씨는 2007년부터 10년 가까이 논바닥이든 넓은 마당이든 영화를 무료로 틀어줍니다. 벌써 2000회가 넘는다고 합니다. 1980년대 초 결혼식 때 이동영화관 말고는 30년 동안 영화 구경도 못 했다는 옆 마을 농민은 “다헝 덕분에 다시 영화의 신세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고 고마워합니다.

뤄씨는 지난 12월 26일 지방정부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습니다. ‘운영허가증’이 없으면 영화 상영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뤄씨는 억울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영화를 상영하는데 허가증을 받아도 고정된 장소에서만 영화상영이 가능하다. 그러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뤄씨와 영화의 인연은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킵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로 꽉 찬 비좁은 마을 강당에서 작은 거울을 뻗어 반사된 영화를 도둑 관람하면서 영화에 빠졌습니다. 92년엔 영사기 원리와 상영 기술을 배웠고 2007년 드디어 500위안(약 8만5000원)을 주고 낡은 영사기 한 대를 구입합니다. 이때부터 작은 전동차에 영사기와 필름, 스크린을 싣고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책 홍보물도 뿌렸습니다. 그러던 중 2015년 말에는 창고에 불이나 갖고 있던 100편의 영화 필름 중 60편을 잃기도 했습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중국의 영화관은 4만109개로 세계 최대입니다. 하지만 중국에는 아직 영화를 구경도 못 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동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주기는 힘듭니다. 정부가 다 할 수 없는 부분을 뤄씨가 메우는 셈입니다. 이제 뤄씨는 궁벽한 시골 마을에 영화의 세계를 전하겠다는 꿈을 접어야 할지 모릅니다. 원칙도 원칙이지만 어느 정부에서나 필요한 것은 ‘융통성 있는’ 원칙 적용입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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