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태현] 18세에 금지된 투표 기사의 사진
‘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지금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님, 데모에 나간 저를 책하지 마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1960년 4월 19일 한성여중 2학년이던 진영숙 열사가 하교 후 시위에 나서기 전 홀몸으로 자신을 키웠던 어머니에게 쓴 편지다. 진 열사는 4·19혁명에 참가해 자유를 외치다 미아리고개에서 경찰의 발포로 목숨을 잃었다. 누가 그를 철없는 여중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판단력과 행동하는 용기는 성인 못지않았다.

성인이란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성인의 기준은 시대와 국가, 문화에 따라 다르다. 브라질과 쿠바,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니카라과, 에콰도르, 스코틀랜드 등은 만 16세가 되면 성인으로 인정하고 투표권을 준다. 북한의 경우 만 17세가 되면 투표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독일, 덴마크,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의 선거권 연령은 만 18세다.

한국의 선거권 연령은 1948년 제헌헌법에서 21세 이상으로 명시된 뒤 1960년 3차 개헌 당시 20세로 낮춰졌다. 1987년 개헌 때 민법상 성인 연령을 20세에서 19세로 낮추면서도 선거연령은 유지시켰고, 2005년 19세로 하향 조정했다.

지금은 혁명이 아니라 선거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시대다. 하지만 사회 변화를 원하는 한국의 18세들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선거연령 하향조정 법안 처리 여부를 논의했지만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진 열사는 과연 한국의 18세 청년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할까.

글=김태현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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