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혁상] 이성과 감성, 현실과 이상 차이 기사의 사진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대선주자들이 내놓는 사실상의 공약과 그에 따른 행보다. 워밍업 차원이 아니라 이미 대선 정국이 불붙은 듯한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몸 풀 틈도 없이 대선 본게임에 임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할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또 과열되기 십상이다. 이번에는 외교안보 이슈도 끼어들었다. 아직 종합정리 식의 공약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선의 외교안보 분야 구호는 이전과는 다른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과거엔 ‘동북아 패러독스 해소’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협력’ 등 소위 선언적인(나쁘게 말하면 뜬구름 잡는 식의) 공약이 외교안보 분야 대선 공약의 뼈대가 됐다면 올해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안보 이슈들이 거론된다.

이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와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다. 우선 사드 문제를 먼저 짚어보자. 사드는 레이더로 적의 미사일 움직임을 탐지해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체계다. 지난해 7월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보여준 중국의 반발은 강력한 구두 성토에서 최근 경제보복 조치,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등으로 단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치권, 특히 대선주자들의 입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현 정권의 일방통행식 결정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만, 본질적 문제에 대한 접근은 아닌 듯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드 배치의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은 미국에 맞서 북한을 완충지대(buffer zone)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북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자위적 방어 조치이자 대북 억지책의 당위성을 배제하고 중국의 반발을 필요 이상으로 부각할 필요는 없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민정서와 외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해법이 판이한 문제다.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위안부 합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졸속 합의에 대한 기존 비판 여론에 최근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 지도자들의 망언, 도발적 행태가 상황 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일본은 아직도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참회 없이 망발을 이어가고 있다. 강한 대응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문제는 대응방식이다. 적극적으로 맞서는 것은 좋지만 혹여 국제사회에 일본이 “한국은 정권마다 말을 바꾼다”고 주장할 빌미를 줘선 안 된다. 정치권만 그런 게 아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세련미도 부족했다. “중국이 (사드를)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겠다(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발언은 모두 신중하지 못했다.

국가의 외교안보 전략은 어디까지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수립되고 이행돼야 한다.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억누르자는 게 아니다. 국민적 정서와 감정은 표출되는 게 당연하다. 다만 지도자들은 이를 전략적 판단과 국익에 맞춰 세련되게 다듬는 게 필요하다. 단순한 ‘내수용’ 정치가 아니라 큰 틀에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외교의 대부 헨리 키신저 전 국무부 장관은 “지도자는 비전과 일상의 간격을 메우는 교육자여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사회가 따라오게 하기 위해 혼자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성과 감성, 이상론과 현실론의 간격을 줄여야 하는 지도자의 길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남혁상 정치부 차장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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