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입학 전부터 취업스펙 설계하는 ‘아키텍 대학생’ 기사의 사진
서울의 A대학 페이스북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는 수시 모집에 합격한 17학번 예비 대학생이 대학생활에 ‘성공’하는 법을 묻는 글들이 올라온다. 막 입시를 치른 예비 대학생들이 입학 전부터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팁을 구하는 모습이다. 자신을 새내기라고 소개한 한 글쓴이는 “인문대 합격생인데 취업하려면 복수전공과 교직이수는 필수인지, 무슨 교양과목을 몇 과목이나 들어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새내기인데 카투사에 지원해야 하는 데다 영어감도 끌어올리려 하니 어느 영어 학원을 다닐지 추천해 달라” “수강신청에 성공하는 좋은 방법이 있는지 알려 달라”고 묻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입학 전부터 건축 설계를 하듯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아키텍(architec·건축을 뜻하는 architecture의 줄임말) 대학생’이 늘고 있다. 대학 4년 동안 취업에 필요한 스펙과 역량을 최단기간에 갖춰 빠른 취업을 노린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취업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 대학 입학 전까지 당겨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1월 초 정시 지원을 마친 재수생 이모(20·여)씨는 대학생 공모전 일정을 알려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입했다. 이곳에선 여러 기업이 주최하는 공모전 일정을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 일주일 단위로 소개한다. 이씨는 “당장 공모전에 지원할 건 아니지만 무슨 공모전이 있고 필요한 건 뭔지 미리 파악해두려 한다”고 말했다.

입학 뒤에도 스펙 설계는 계속된다. 대학 생활 동안 무슨 강의를 듣고 어떤 외부활동을 할지 계획을 세우는 공모전에서 대학 1학년생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서강대가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 개최한 ‘교양교과 로드맵전’ 지원자 93명 가운데 31명(33%)은 1학년이었다. 경영학과 1학년 이모씨는 세무사와 회계사라는 목표에 맞게 4년 동안의 전공 및 교양 강의와 외부활동 계획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입상했다.

서강대 전인교육원 관계자는 “대학에 와서 논다는 생각보다 1학년 때부터 ‘제대로 준비하자’는 생각이 많아졌다. 수학과·화학과의 일부 학생은 전공 책을 구해 선행학습을 한다”며 “입학 전인 2월에 열리는 워크숍이나 오리엔테이션에서부터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아간다”고 전했다.

아키텍 대학생이 늘어나는 건 장기화된 청년취업난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3년 15∼29세 청년실업률은 8%였지만 지난해 9.8%까지 올랐다. 청년 실업자는 2005년 이후 매년 30만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43만5000명으로 전체 실업자의 43%를 차지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연간 5% 이상 고성장이 멈추면서 취업 상황도 한계에 부닥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제는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온다”며 “들어오기 전부터 학점 이수, 인턴계획을 세우는 학생이 3분의 2는 된다”고 했다.

이어 “일찍부터 자기 삶을 고민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취업을 위한 대학생활이 마치 규범처럼 정립돼 모두가 하나같이 움직이면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부모에게 체계적인 육아를 받고 자란 ‘아키텍 키즈’ 세대의 생활 모습이라는 설명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릴 때부터 경쟁과 불안을 내면화한 세대가 대학 생활도 취업을 위한 하나의 징검다리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며 “끊임없이 다음 단계를 바라보며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 있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 생활을 추구하는 ‘일상생활의 과학화’가 나타났다고 보기도 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꼭 취업이 아니라도 끊임없는 자기개발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는 일이 일상화됐다”며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등이 그 증거”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특히 젊은 세대는 고도로 발달한 IT 기술로 혼자서도 쉽게 정보를 찾아보고 모을 수 있다”며 “사람들이 무슨 공부를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눈여겨보면서 이들과 발맞추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현, AOA 민낯 순위 꼴찌 기록…"민낯이 까매서.." [꿀잼포토]
▶'성추행 몰카' 찍힌 칠레외교관에 대한 교민 반응 [꿀잼 영상]
▶"아들 정액으로 실험" 드들강 사건 푼 노교수의 열정
▶그것이 알고싶다 김기춘, 50년 조작사 조명… "그는 머리였다"
▶특검, '정유라 입학 특혜' 김경숙 전 이대 학장 구속영장
▶에비앙 먼저 집어든 반기문 영상, 논란인가 아닌가
▶'방명록도 보고 써야하나' 반기문 현충원 쪽지 영상
▶'설현 수입 1/n 배분, 사실 아니다' 해명한 초아(영상)
▶최순실과 토론한 이정희?…대선후보 TV토론회 영상 재조명
▶'고영태는 스스로 잠적했다'는 손혜원 의원 페북 글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