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가짜 뉴스(Fake News) 기사의 사진
1999년 외교부를 출입할 때다. 데스크로부터 긴박한 전화가 왔다. “일본 ○○○신문에 난 기사 봤나?” 일본 정부가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입각시킨다는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었다. 외교부는 금시초문이라고 했지만 일본 신문은 1면 톱기사로 실었고 국내 통신사도 타전했다. 하지만 불과 서너 시간 만에 가짜임이 들통 났다. 신문사가 만우절 뉴스라고 밝힌 것이다. 한바탕 소동은 치렀지만 ‘웃음’을 선사했다. 이 신문사는 그 뒤로도 4월 1일자에 만우절 기사를 내놓곤 했다.

요즘 전 세계가 ‘가짜 뉴스(Fake News)’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만우절 뉴스와 달리 유해하기 때문이다. 카더라 통신과도 다르다. 인터넷 매체 같은 사이트가 존재하고 기사체로 쓰였으며 출처도 있다. 속기 딱 좋다.

위험성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아동 성 착취 조직에 연루돼 있다. 피자가게 ‘코밋 핑퐁’ 지하실이 근거지다”는 가짜 뉴스가 퍼지자 이를 진짜로 믿은 남성이 피자가게에 총을 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외에도 “프란치스코 교황,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지지” 등 수많은 가짜 뉴스가 판을 쳤다. 가짜 뉴스 상위 20개와 진짜 뉴스 상위 20개의 영향력을 분석해 보니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력지의 뉴스보다 가짜 뉴스에 대한 반응이 더 컸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가짜 뉴스에 낚인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에 대한 ‘핵 보복’을 암시하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폐해가 커지자 전 세계가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는 러시아 등이 가짜 뉴스로 선거판을 조작할 것을 우려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페이스북도 인공지능(AI) 등을 이용한 팩트체킹 프로그램을 활용해 가짜 뉴스 유통을 막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얼마 전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결의 위반을 들어 반기문 전 총장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는데, 여기에 야권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이 걸려든 것이다. 앞으로 의도를 갖고 특정 후보를 띄우거나 공격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유통 차단과 단속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순실 사태로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가짜 뉴스에도 속지 말아야 하는 부담까지 생긴 셈이다.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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