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신갑] 두 AI 뉴스 기사의 사진
연말이면 언론사마다 ‘10대 뉴스’라는 형식으로 특집을 낸다. 뉴스의 중요성이라는 것이 상대적이고, 그중 열 개만 뽑는다는 게 임의적이기도 하지만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볼 만한 특집이다. 2016년 리스트에서 1위, 2위 자리가 어느 뉴스에 갔을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그 뉴스를 너무 많이 봐 불안과 우울 증세까지 겪었다고 할 정도니 10대 뉴스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것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하나는 뉴스의 태생적 특성인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뽑힌 뉴스에는 대체로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이 많다는 점이다. 잘못된 것은 보도되지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10대 뉴스에 드는 것들은 보통 흔치 않은 자연재해나 큰 사고, 또는 정치나 경제 등 분야에서 뭔가 잘못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던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뉴스를 제공하는 쪽과 그것을 소비하는 쪽이 서로 짝을 이루면서 만들어지는 뉴스 시장의 구조와 연관된다.

이 구조는 언론매체들이 독자나 시청자의 눈과 귀를 먹잇감 삼아 서로 경쟁하는 데에서 동력을 얻는다.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는 다른 상황에서와 마찬가지로 덩치 크고 사나운 쪽이 그렇지 못한 쪽을 밀어낸다. 지난 몇 달 동안 온통 같은 소식만을 보고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10대 뉴스를 선정할 때도 뉴스거리가 많은 해에는 평년 같았으면 그 순위 안에 들었음직한 뉴스들이 순위 바깥으로 밀려난다.

이렇게 보면 이름의 영문 약자가 AI로 같은 두 뉴스가 눈에 띈다. 하나는 기준에서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포함됐고, 또 하나는 기준에 맞는 것처럼 보이는데도 10위권에서 밀려났다. 첫 번째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다. 이 뉴스는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 애매하다. 감히 추측해보면 아마도 이세돌이 졌기 때문에 뉴스가 되었지 싶다.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면 거의 모든 매체에서 10대 뉴스로 다루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인공지능 뉴스가 10위권 안에 든 AI 뉴스다. 순위권 밖으로 밀려난 두 번째 뉴스는 역시 AI로 불리는 조류인플루엔자 뉴스다. 수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고, 그 때문에 수급이 불안정해져 계란 한 판 값이 1만5000원까지 뛰면서 비행기로 계란을 수입하게까지 한 사건이었지만 더 크고 사나운 뉴스에 부대껴 밀려났다. 이 둘은 금년에도, 그리고 5년, 10년 후에도 계속 출현할 현재진행형, 장기지속형 뉴스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르지 않더라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의 기본 틀을 뿌리부터 서서히 바꿔 놓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AI 뉴스다. 무인자동차 개발에 대한 환호와 탄성이 있으면, 그것이 곧 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을 불필요하게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고민과 대안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뉴스에서 놓치지 말았어야 할 점이다. 이 얘기가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은 삼성이 해외에 지어 가동 중인 두 공장을 대비해 보면 분명해진다.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베트남 하노이 공장은 10만명이 넘는 인원을 고용한다. 하지만 중국 시안에 있는 반도체 공장 안에는 먼지도 없고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 뉴스의 함의가 실업이나 불평등 같은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에 대해 새로운 얼개를 짜 접근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두 번째 AI 뉴스는 처음이 아니었고,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순위에서 밀렸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은 그동안 계속 반복되어 일어났고, 또 앞으로도 일어날 것이어서 더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였어야 했다.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 유입과 확산의 경로, 방역 체제의 실패 등을 보면 이번 일이 작년의 메르스 사태와 구조적으로 얼마나 비슷한가에 놀라게 된다.

며칠 있으면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테러 위협보다 미국의 존재를 더 위협하는 것은 기후변화라고 말했다. 뜨거운 정치적 이슈도 아니고, 10대 뉴스처럼 대중과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항상 다른 뉴스에 밀리지만, 사실 이것만큼 걱정되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당장 급한, 그래서 신문과 TV를 떠들썩하게 하는 문제들에 갇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 지도자들의 10대 뉴스는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진다.

한신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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