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정태] 개헌보다 시급한 검찰개혁 기사의 사진
역사적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은 이야기를 온라인에 연재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의 브리핑을 중심으로 수사 상황을 전하는 ‘박정태의 박근혜 특검 생생기록’이다. 특검 임명 이후 지금까지 주말을 제외하고 30여회 나갔다. 연재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업무시간을 거의 쏟아부어야 한다. 시한부 특검팀이라서 광폭·광속 행보를 보여 시시콜콜 전달할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특검팀을 지켜보고 있으면 국민적 기대를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느낀다.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도 지난 12일 발표한 중간평가에서 일단 합격점을 줬다. 기존 검찰이 하지 못했던 많은 성과를 내서 범죄수사의 교본을 보고 있는 듯하다고 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놓고 세간에 논란이 없지 않지만 그간 전광석화 같은 수사로 국정농단 의혹의 베일을 한 꺼풀씩 벗겨나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금 특검팀은 야권이 검찰개혁 일환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의 미래상을 보는 듯하다. 대통령이 정점이 된 최고 권력층의 거악을 무기력한 검찰 대신 파헤치고 있어 공수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것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권력농단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우 전 수석은 물론 한통속이었던 정치검사들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야 미래의 공수처 모델이 완성된다.

검찰은 진정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지난달 26일은 검찰에 아주 치욕스러운 날이었다. ‘우병우 특별수사팀’이 부실 수사로 중간결과 발표도 없이 스스로 해산했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던 수사팀장은 변명으로 일관하다 “송구” “민망”이란 말만 남겼다. 그간 검찰은 검사 비리가 들통나면 자체 개혁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권력의 의중을 좇아 ‘하지 말아야 할 수사’를 하고, ‘해야 할 수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당초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 본진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적대다 박근혜정권에 민심이 돌아선 것을 확인한 뒤에야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죽어가는 권력을 하이에나처럼 물어뜯었다. 그러고는 놀랍게도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임기 말이나 차기 정부 때 써먹기 위해 검찰 캐비닛에 처박아뒀던 ‘최순실 자료’를 끄집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일 게다.

정치검찰의 민낯이다. 검찰이 권력의 충견이 아닌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국정농단이 이렇게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눈을 감았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의 흑역사가 반복되게 할 수는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가능케 한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분산하고 견제 받도록 해야 한다. 바로 검찰개혁이다. 이 필요성에 답한 국민은 10명 중 9명일 정도로 압도적이다(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

최종적으로 선진국처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이는 대선 전까지는 어림없는 복잡다단한 문제다. 때문에 적어도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박영수 특검팀 같은 공수처만이라도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 만약 3월에 대통령 탄핵이 결정돼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게 되면 그때는 입법 논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야권이 집권하면 가능할까. 불투명하다. 권력을 잡은 뒤 혹여 마음이 변할 수 있어서다. 누가 집권할지 모르는 2월 임시국회 이내에 정치권이 공수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다. 이게 개헌보다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더 이상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박정태 논설위원 겸 사회부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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