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뇌물죄 기사의 사진
미국 연방법원 판사 출신 존 누란 박사가 1984년 쓴 ‘뇌물의 역사’라는 책이 있다. 하버드대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재로도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뇌물에 관한 한 정석과도 같은 책이다. 뇌물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으며 마술적 성격을 띤다고 했다. 안 되는 일을 되게 하고 자신의 행위를 철저히 감춘다는 점에서 뇌물과 마술이 같다고 주장했다. 성경에서도 “뇌물은 요술방망이 같아 어디에 쓰든 안 되는 일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고문서를 보면 뇌물에 관한 내용이 많다. 특히 관리들의 뇌물죄는 엄하게 물었다. 백제시대에는 관리가 뇌물을 받으면 평생 감옥에 갇혀 지내야 했고 조선시대에는 액수에 따라 뇌물죄 처벌을 달리했는데 최고 교수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기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 산하 독립위원회로 2007년 출범한 양형위원회가 제일 먼저 양형기준을 설정한 범죄가 뇌물죄다. 현행법상 ‘주어도(증뢰)’ ‘받아도(수뢰)’ ‘되기 전에 받아도(사전수뢰)’ ‘그만두고 받아도(사후수뢰)’ ‘다른 사람이 대신 받아도(제3자 뇌물)’ 범죄다. 뇌물죄는 현재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혐의다. 그런데 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민간인인 최순실씨가 받은 돈인데도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 아닌 사람이 금품을 받았더라도 사회 통념상 그것을 공무원이 직접 받은 것과 같이 평가할 수 있는 관계인 경우, 뇌물을 받은 사람과 공무원이 경제적·실질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사이로 평가되는 경우 뇌물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가 재산상 이익을 공유하는 관계라고 얘기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익 공유’에 대한 법조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특검과 삼성 측이 어떤 증거와 법리로 맞설지,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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