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VIB로 키우는 시대 육아용품엔 '생활'이 깃들었다 기사의 사진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9회 육아용품전시회 ‘베페 베이비페어’ 행사장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아래 사진은 2000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초창기 베페 베이비페어 모습. 2000년대 초반에는 육아 용품과 의류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가전업체와 생활용품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베이비 리빙’ 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베페 베이비페어 제공
어른들의 육아 지혜와 마을 어른들의 조언으로 아이를 키우던 시절이 지나고 인터넷을 통해 최신 육아 정보를 얻고 용품 구매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0년에는 이러한 육아 정보를 한 데 모은 육아용품전시회가 생겨났고 현재 80여개 크고 작은 전시회가 국내에서 열리고 있다. 과거 전시회에서는 기능을 강조한 용품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VIB(Very Important Baby·매우 소중한 아이)로 키우려는 부모를 공략하기 위해 캠코더,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 전반에 쓰이는 비육아용품 업체들의 참여도 늘어났다.

‘원(1)베이비 텐(10)포켓’ 시대

내 아이에게는 최고의 것만을 선물하려는 젊은 부모들이 늘어나면서 육아용품 시장도 급속히 커지고 있다. 출산율 저조로 태어나는 아기는 매년 줄고 있지만 육아 관련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47만명이던 출생아 수는 2015년 4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육아용품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1조5100억원에서 2조37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육아용품 시장이 커지자 ‘원(1) 베이비 텐(10) 포켓’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아이 한 명에 부모 뿐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고모·삼촌, 사촌, 친구 등 10명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온다는 뜻이다. 출산율이 하락하며 아이 하나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자 유아 용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육아 용품 시장 중심에는 ‘웰빙’ 트렌드가 있었다. 이 시기 유아전용 화장품이 새롭게 등장했고 첨단기술 중 하나로 꼽히던 ‘나노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도 다수 출시됐다. 유아용 의류부터 젖병까지 나노 소재를 사용한 제품이 주목을 끌었다. 국내 주요 유아복 업체들은 천연 소재를 활용한 ‘오가닉 코튼(유기농 면화)’으로 만든 신제품을 출시하며 고가 유아복 시장을 새롭게 형성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서서히 프리미엄 육아 용품 시장이 열린 셈이다.

특히 2007년은 60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 해’로 알려지며 임신과 출산이 활발히 이뤄졌다. 자연스럽게 육아용품 시장도 ‘황금돼지 특수’가 생겼다. 당시 대표적인 육아 관련 산업 중 하나가 바로 ‘제대혈 보관 서비스’였다. 제대혈이란 분만 후 아기 탯줄에서 나온 탯줄혈액이다. 혈액 성분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와 세포 조직 재생에 도움이 되는 간엽줄기세포가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혈 보관 기업들이 주목을 받으며 국내 최초로 육아용품전시회를 연 ‘베페 베이비페어’에는 제대혈 업체 참여 비율이 2000년에 비해 2009년 3배까지 늘었다.

또 2000년대 후반에는 고가 수입 유모차들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시기기도 하다. 한 명의 아이를 낳아 전폭적인 투자를 하려는 부모들이 늘면서 100만원 이상의 고가 수입 유모차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유모차 수입액은 2000년 185만달러까지 커졌고 2011년에는 3912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유아용품 수입액 역시 2000년 3300만달러에서 2010년 2억280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가성비’ 내세운 국내 브랜드 약진

육아용품 고급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10년부터는 국내 브랜드들도 기술력을 갖춘 제품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유모차의 경우 수입 브랜드 제품들이 한국에 들어올 때 지나치게 가격이 오른다는 점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도 했다. 이에 반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국내 업체들은 국내 엄마들의 취향과 신체 사이즈를 고려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공략했다. 베페 베이비페어 부스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도 늘었다. 2010년 53.8%으로 절반을 갓 넘겼던 국내 업체들은 2012년 60%를 넘겼고 지난해에는 64%까지 늘어났다. 특히 유모차의 경우 2012년 국내 업체 비율은 3%에 불과했지만 2013년 40%를 넘겼다.

2014년부터는 ‘공동 육아’가 대세 육아 트렌드로 떠오른 시기다. 일하는 워킹맘을 배려해 할머니 할아버지, 남편이 쉽게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멀티육아용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찜과 믹서 기능이 결합된 이유식 마스터기, 스마트 온도 센서가 부착돼 분유를 타는 동안 온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젖병 등이 대표적이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직접 전시장을 찾는 남성 관람객 비율도 증가했다. 2013년 전시회를 찾은 남성 관람객은 전체 26%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47%까지 증가했다.

비육아용품 업체들도 육아 시장 공략

2010년 후반에는 얼핏 봐선 육아용품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바닥재와 벽지를 만드는 LG하우시스가 전시회에 참가했고 생활용품 전문기업 한국쓰리엠(3M), 카메라업체 캐논코리아, 렌탈서비스 업체 코웨이, 착즙기 업체 휴롬, 보험사 현대해상, 가전업체 한국카처 등도 부스를 마련했다. LG하우시스는 유아를 위한 놀이방 매트와 아이방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는 ‘VIB맘’을 공략했다. 또 한국쓰리엠(3M)은 놀이방매트 뿐 아니라 아이의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모서리보호대, 다용도 이중 잠금장치, 전기소켓 안전커버 등으로 베이비페어에 참가했다. 카메라 전문업체 캐논코리아 역시 육아를 하며 아이 사진을 손쉽게 출력해 보관할 수 있도록 한 ‘포토프린터’ 등을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유아용품 시장이 입고(依) 먹는(食) 직접적인 용품 시장을 넘어 생활 환경(住)을 윤택하게 하려는 ‘리빙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베페 베이비페어에 참가했던 리빙업체 비중도 2002년 8.6%에서 2016년 42.0%로 급증했다. 여기에 층간 소음이나 환경오염, 올바른 식습관 교육 등 다양한 육아 이슈들이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점점 육아 카테고리도 넓어지고 있다. 베페 베이비페어 관계자는 “실력있는 육아용품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육아용품산업 성장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라며 “다양해진 소비자 욕구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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