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유행색 기사의 사진
연둣빛 가득한 창녕 우포늪
유행은 남달라 보이고 싶어 하는 욕망에서부터 출발한다. 차별 욕구와 동조 사이에서 타협을 이루는 모순덩어리가 유행이다. 유행은 하류문화가 상류문화를 모방한다는 면에서, 대체로 보통사람들이 잘났다는 사람들을 따라하는 경향을 보인다. 옳고 그름을 떠나 유행은 개성과 모방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본능으로, 밀려가고 밀려온다.

유행은 일정한 주기를 반복한다는 생각을 갖기 쉬우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컨대 넥타이 폭이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모양만 유행하는 것이 아니라 색과 질감까지 유행하기 때문에 예전의 넥타이는 다시 유행할 때를 기다려 착용하더라도 좀체 폼이 나지 않는다. 수많은 색 중에서 한 번 유행했던 색이 다시 유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주된 색과 함께 유행하는 배색도 따라오니 더욱 그렇다.

색의 유행은 마케팅 전략이자 과학이다. 여기에는 생산기술과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고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총합되어 유행이란 물줄기를 형성한다. 유행색은 저명 디자이너, 직물 또는 페인트를 제조하는 회사나 단체에서 상품의 유행색을 계절에 앞서 제안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유행의 변화에 따른 위험을 줄일 목적으로 패션업계에서 유행색을 선정하기도 한다.

유행색으로 선정된 색이 반드시 시장에서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 소품이나 국제 행사, 혹은 예상하지 못한 사회적 사건으로 예측이 빗나가기도 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의 색채전문 기업 팬톤(Pantone)은 ‘2017년 올해의 색’으로 연둣빛 초록, 그리너리(Greenery)를 선정했다. 최근 들어 국정농단 사건에 지친 우리에게 위안을 안겨줄 색이다. 초록은 그 자체만으로 신선하고 편안한 색이지만 패션이나 생활용품에 적용하기 어려운 색이다. 촌티가 우려되는 이 색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유행할지 지켜볼 일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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