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사모it수다] 여보, 오늘 내 설교는 몇 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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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초기에 전도사 남편이 설교를 할 때면 설교 시간 내내 가슴 졸이기 일쑤였다. 설교 중에 사투리를 사용하지는 않을까, 혹시 실수하지는 않을까, 매번 긴장하며 메모를 했다. 그리고 예배 후에 메모한 내용을 남편에게 전하며 조언하기도 했다.

성도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설교 내용도 사모의 귀에는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모는 남편의 설교에 가장 민감하고 냉혹한 비평가가 된다. 사모들 사이에서도 “사모가 남편의 설교에 대해 비평하고 조언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가”하는 질문은 늘 논쟁거리다.

토요일에 남편의 설교 원고를 먼저 받아 꼼꼼하게 읽어본다는 사모에서부터, 설교는 남편 영역이라 생각해 그저 기도만 한다는 사모까지 다양하다. 사실 성도들이 목사의 설교를 두고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남편의 설교를 가장 가까이에서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사모다. 설교에 대해 조언할 때 어떤 사모는 무조건 “잘했다”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오늘 설교 어땠냐”는 남편의 질문에 용기내 자신의 의견을 얘기했다가 부부싸움으로 이어졌다는 사모의 경험담도 적지 않다.

신학공부를 한 사모는 그런 경우가 더 빈번하다. “남편 설교에 꼼꼼하고 세심한 비평을 했다가 남편에게서 ‘그럼 설교 잘하는 당신이 하든가’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사모도 있다. 아마도 남편의 설교를 비평하다 한번쯤 말다툼 해보지 않은 사모는 없을 것이다.

설교에 대해 조언하는 게 사모 역할이지만 안타깝게도 ‘남편 설교에 가장 은혜 받기 어려운 사람이 사모’라는 말도 있다. C사모는 “가끔은 한집에 살면서 가족들에게 보이는 삶과 비교되는 남편의 설교를 듣고 있으면 실망하게 된다. 그럴 때면 속으로 ‘당신이나 잘 하세요’라며 코웃음 치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보니 사모들은 어느 순간 남편 설교에 은혜 받기보다 설교를 감독하는 자리에 서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L사모는 “그런 내 모습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온전한 예배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편설교에 대해 조언하는 것을 그만두고 성도의 한 사람으로 ‘남편의 설교에 은혜 받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게 됐다”며 “이후부터는 남편의 설교에 부족함이 보여도 예배시간에 은혜 받는 시간이 많아졌다” 고백했다. 은퇴 전까지 남편 설교를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사람이 사모다. 그런데 사모가 먼저 남편의 설교에 은혜 받지 못한다는 것은 퍽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남편의 입술을 통해 전해지는 설교로 가장 큰 은혜 받을 수 있는 것 또한 하나님이 사모에게 주신 특권인데도 말이다.

설교는 하나님 앞에서 공동체를 섬기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남편이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기도하며 몇 번이고 수정하는 힘겨운 과정을 통해 준비되는 설교는 성도들의 삶과 공동체를 향한 귀한 선물이다. 이런 남편의 설교를 검증하기 위해서 사모도 늘 말씀과 경건훈련으로 무장돼있어야 한다. 그래야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 하용조 목사님도 ‘사도행전적 교회를 꿈꾼다’는 저서를 통해 생전에 사모에게 설교원고를 점검받았다고 했다. “싸워도 아내하고 싸우니까 괜찮고 약점을 지적해 줄 수 있어서 좋다”는 목사님의 고백은 후배 사모들에게 왠지 모를 위로로 다가온다. 남편의 사역과 설교에 대해 조언을 할 수밖에 없는 게 사모의 역할이라면 이왕이면 사랑을 담아 지혜롭고 건강한 야당의 역할을 해보자 다짐해본다.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 imhere@kmib.co.kr

이 코너는 사모인 박효진 온라인뉴스부 기자가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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