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동맹강화” 취임 일성에도…   한국 외교입지, 북·미·중 사이 ‘새우등’ 우려 기사의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 뒤 축하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중 초대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제임스 매티스와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발표한 주요 국정과제에서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P뉴시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미국 신행정부의 외교·안보 청사진이 어떻게 나올지를 두고 무수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일의 핵무장을 용인하겠다’는 등 기성 안보질서를 무시한 발언을 했지만 당선 후 과격 발언들을 철회했다.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미국 우선주의’가 아시아 정세에 미칠 파장은 여전히 예단하기 힘들다.

트럼프 시대 한·미 관계는 일단 동맹으로서의 양자관계 강화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동맹 강화’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한·미동맹은 일단 큰 틀에서 전행정부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클 플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에서 “신행정부 하에서 한·미동맹은 강력하고 긍정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주요 안보 현안에서 긴밀한 공조를 해나가자”고 말했다. 청와대와 백악관 간 고위급 채널이 본격 가동된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플린 보좌관은 최근 한·미동맹을 ‘찰떡(sticky rice cake) 공조’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가 긴밀히 접촉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협의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측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긴급하고 엄중하다는 인식이 있다. 향후 우리와 대화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생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과 달리 당선 이후엔 한·미 관계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당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한국과 100% 같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주요 축인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내정자 역시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예상이 많다. 틸러슨 내정자는 의회 인준이 완료되는 대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데 긍정적인 입장이다. 실무 차원에서는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가 2월 개최를 목표로 조율 중이다.

그럼에도 한·미 관계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역대 최상의 동맹’ 수준으로 순항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측이 북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긴다고 해서 꼭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며 “특히 매티스 내정자가 언급한 ‘대북 군사적 옵션’은 한국 입장에선 부담이 매우 클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한·미가 대북 접근법에서 뚜렷한 시각 차이가 드러날 개연성은 여전하다는 의미다.

신 행정부 출범 후 한·미 관계의 첫 도전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등을 통해 ICBM을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협박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미 양국이 구체적인 대북정책 로드맵을 논의하기 전에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도발하면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했듯 트럼프 행정부가 비슷한 태세를 취할 수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을 말리겠지만 그동안 우리 국가 신인도는 떨어지고 경제도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관계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우리 안보 환경에 부정적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마저 협상 대상이라는 뜻을 밝히는 등 전 분야에 걸친 대중(對中) 공세를 예고했다. 미국이 대북 정책 방향을 대화로 잡든 제재로 잡든 상관없이 미·중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우리 정부로선 입지가 크게 좁아진다.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는 강력한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을 달래려던 것이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반대해도 대북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된다면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이들 사이에 끼여 위축될 수밖에 없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커다란 변수다.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참모진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이 문제만큼은 양보하지 않을 태세다. 우리 정부 또한 일정 수준의 증액은 각오하고 있지만 미국의 요구가 지나칠 경우 한·미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