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모바일 푸어’ 전락하는 청년들 기사의 사진
취준생 등 모바일 상품권 활용 물품 구입 한달 정도 결제 유예 시간 벌지만 통신비 제대로 못해 소액 빚 눈덩이 20대 1인 평균 13만원 연체… 전체 34% 사용자 절제·통신사 적절한 대책 절실
취업준비생 박모(29)씨는 스스로 ‘폰카’를 쓴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신용카드를 뜻하는 ‘엄카’(엄마 신용카드)나 ‘아카’(아빠 신용카드)에 빗대 ‘휴대전화 신용카드’를 이르는 말이다. 휴대전화 요금결제로 필요한 물건을 사는 방법이다.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나 SK플래닛의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을 구입하면서 결제수단은 다음달 휴대전화 통신요금으로 선택한다. 오늘 마신 커피 값을 다음달 통신요금을 낼 때 지급하니 신용카드처럼 외상이 가능하다.

폰카를 쓰는 박씨는 취업을 하지 못했다. 은행에서 신용카드도 발급해주지 않고, 부모님의 신용카드를 빌려 쓰기엔 면목이 없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모바일 상품권으로 사고 한 달의 시간을 버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박씨는 “먼저 취직한 친구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면 커피라도 사야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며 “일단 다음달 통신요금에 청구되도록 미루고 다른 비용을 줄여 갚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폰카 결제비와 통신요금을 합쳐 20만원이나 나와 연체했다. 돈을 낼 때까지 휴대폰도 발신 정지당했다.

한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는 최모(27·여)씨도 비슷하다. 퇴근길에 화장품 가게에 들러 맘에 드는 화장품은 휴대전화로 주문해 배송 받거나 1만∼2만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사서 매장에서 직접 결제하곤 한다. 소액결제 금액만 매달 20만원 안팎이다. 최씨는 “아직 연체된 적은 없지만 매월 통신요금 고지서가 나오는 날이면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을 ‘모바일 거지’ ‘모바일 노예’라고 불렀다.

휴대전화 결제는 소액만 가능하지만 휴대전화만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화장품 책 의류에 간단한 음식은 물론이고 가전제품까지 모바일 상품권으로 구매할 수 있어 시장이 커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1년 613억원이던 모바일 상품권 매출액은 지난해 상반기 332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휴대전화 결제는 대부분 소액이지만 이것도 쌓이면 갚기가 만만찮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실에 따르면 통신 3사에서 요금을 연체해 이용정지를 당한 고객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40만명에 이른다. 연체금액은 1303억원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전체 연체금액의 36.3%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1인당 연체액도 20대는 평균 40만원 정도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

청년실업이 20대를 신용카드 대신 폰카를 쓰도록 내몰고, 그나마도 갚지 못해 ‘모바일 푸어’로 전락시키는 셈이다. 연체를 방치해둔 채 다른 사람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밀린 요금을 내기 위해 불법 대출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은 “청년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20대의 지불 능력은 낮을 수밖에 없는데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상품을 살 수 있어 연체로 이어지기 쉽다”며 “사용자들의 절제와 통신사의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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