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8차 공개변론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가 일어서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증인이 모르는 걸 묻지 마시고, 알고 있는 걸 물어보면 어떨까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8차 공개변론에서도 주심 강일원 재판관의 따끔한 지적은 계속됐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이 이날 증인으로 나온 광고감독 차은택씨에게 고영태씨와 최순실씨의 사적(私的) 관계를 한 시간 이상 반복 질문했기 때문이다. 차씨는 ‘나는 모른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강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에 “증인에게 ‘모르지요?’라고 묻지 말고, 아는 게 뭔지 물어보라”고 꼬집었다.

탄핵심판이 반환점을 돌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헌재 재판관들의 심리 방식도 더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재판관들은 변론기일마다 양측 대리인에 빠른 진행을 채근하고 중언부언 식 질문을 삼가라고 당부한다. 질문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면 ‘실익이 전혀 없는 질문은 하지 말라’ ‘우문우답(愚問愚答)이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재판관 9명이 직접 증인을 신문하면서 심리에 박진감이 더해지고 있다. 대심판정을 찾은 방청객들은 “국회 측과 박 대통령 측의 질문보다 마지막에 진행되는 재판관 9명의 신문이 사태 핵심을 더 날카롭게 짚어낸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이날 차씨는 증인신문 말미에 “대한민국에 또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재판관이 “‘이런 일’이 무슨 뜻이냐”고 파고들자 차씨는 “언론 보도 이후 여러 상황의 퍼즐이 맞춰지며 최씨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알게 됐다. 인사 청탁 등을 반성하는 의미”라고 했다. 이에 안창호 재판관은 “미르재단 일 등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냐”고 재차 진의(眞意)를 확인했다. 차씨는 “최씨와 만 2년간 만나면서 무지(無知)한 부분도 있었고, 최씨에게 기대한 것도 있었다”며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다 느끼고 아는 상황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첨언했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이날 박 대통령 측이 무더기로 신청한 증인 39명 중 꼭 신문이 필요한 증인 5명만 추려 우선 채택했다. 박 재판소장은 “모철민 프랑스대사 등은 실제 출석이 가능한 것이냐”며 “다른 증인들은 일단 채택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추가 증인을 신청하면서 박 소장 임기가 끝나는 오는 31일까지 탄핵심판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워졌다. 탄핵소추위원장인 바른정당 권성동 의원은 “8차 변론기일에 증인 39명이 갑자기 신청됐다”며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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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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