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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남호철] 관광지 유료화

‘강릉 정동 심곡 부채길’ 유료화 추진 논란… 볼거리와 즐길거리 풍성하면 입장료 낼 것

[내일을 열며-남호철] 관광지 유료화 기사의 사진
최근 문을 연 관광지 가운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곳 중의 하나가 강원도 강릉의 ‘정동 심곡 바다부채길’이다. 한반도 탄생의 비밀과 억겁의 세월이 새겨진 기암절벽의 모습을 감상하려는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다. 그 덕분에 강릉의 주요 관광지로 잘 알려진 경포대와 경포호, 오죽헌, 선교장 등에 이어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바다부채길은 총 길이 2.86㎞로, 북쪽으로는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과 정동진역, 남쪽으로는 해안드라이브 코스인 헌화로와 접해 있다. 2300만년 전 동해 탄생의 비밀을 간직했거니와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전국 최장거리 해안단구(海岸段丘·해안선을 따라 형성된 계단 모양의 지형)라는 천혜의 환경자원을 이용한 힐링 트레킹 공간도 조성됐다. 그동안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만 사용됐을 뿐 50년 동안 단 한 번도 민간인에게 개방된 적이 없다.

길에 들어서면 넘실거리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시원한 파도소리가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 기암괴석, 주상절리, 비탈에 아슬아슬하게 선 나무 등 볼거리가 지천이다. 겨울 낭만을 찾아 평일에도 관광객이 넘쳐난다. 바람이 세거나 파도가 높아 출입이 통제되면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들의 아쉬움이 여기저기서 배어난다.

그 인기 때문일까. 강릉시는 무료로 개방·운영 중인 바다부채길의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소비자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바다부채길 관람료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성인 3000원, 청소년·군인 2500원, 어린이 2000원의 관람료를 받을 계획이다. 30인 이상 동시에 관람하는 단체에는 각 500원, 강릉시민에게는 1000원이 감면된다. 6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 국가유공자, 장애인증명소지자에게는 관람료를 면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강릉시는 바다부채길 관리를 강릉관광개발공사에 위탁하고 오는 5월 이후 유료화할 계획이다. 유료화에 대한 이유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 탐방로 보수 등 시설 관리 체계화 등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심곡항과 금진항을 잇는 헌화로는 불법 주차 때문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모할 때가 적지 않다. 무료주차를 허용한 썬크루즈 리조트도 정작 리조트 투숙객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자 주말에는 하루 5000원의 주차 요금을 받고 있다. 탐방로 중간에 화장실이 없어 불편을 겪는 경우도 허다한 게 사실이다.

과거에도 무료로 운영되던 관광지를 유료로 전환하면서 논란을 빚은 사례가 많다. 2년 전 유료화된 경남 진주 남강유등축제는 진주시민과 경남도민에게 번잡한 축제가 되고 말았다. 지역 축제를 벗어나 글로벌 축제를 지향하면서 볼거리가 풍성해졌지만 무료로 축제에 참여하고 즐겼던 진주시민의 불편과 기대를 걸었던 상인들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관광지의 유료화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을 보충하기 위한 얄팍한 상술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생태계 보호와 시설물 관리 차원에서 했다면 필요한 곳에 재투자되는 것이 마땅하다. 어렵게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자충수가 될 게 뻔하다.

입장료를 내더라도 편의시설이 확충되고 볼거리·즐길거리가 풍성하다면 관광객은 또 찾을 것이고, 입장료를 낸 만큼 만족을 얻지 못한다면 발길은 끊어지게 마련이다.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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