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용모단정과 대머리 기사의 사진
채용 공고에 ‘용모단정(容貌端正)한 자’라는 기준을 제시한 회사가 많던 때가 있었다. 지원자의 자격조건에 학력, 나이, 각종 자격증 등과 함께 버젓이 포함됐다. 이런 공고를 접하고 나면 “용모단정은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실무노동용어사전을 보면 ‘용모단정의무’라는 게 있다. 사용자가 사업 내용에 따라 근로자의 복장이나 두발 및 수염 등 용모에 관해 일정한 규율을 설정한 경우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근로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쉽게 말해 회사의 고용주가 고객에게 불쾌감이나 위화감을 주는 옷이나 머리 등을 하지 말라고 하면 종업원은 얼토당토않은 요구가 아니면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용모단정의 기준 자체가 애매하고 특히 여성 지원자에게만 요구하는 기업이 다수를 차지하자 비판이 커졌다. “능력이 아니라 얼굴 보고 사람 뽑느냐” “예쁜 여자만 채용해서 뭘 하려고 하느냐”는 성난 목소리에 대기업부터 슬그머니 빼기 시작했다. 전근대적 용어로 규정된 용모단정이 사라진 줄만 알았다.

그런데 엊그제 국가인권위원회가 대머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호텔 연회장 단기 아르바이트에 합격한 30대 남성 K씨가 출근 첫날 채용 담당자로부터 “공고에 단정한 머리라고 쓰여 있다”며 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에 인권위는 “직무 수행에 필수적이지 않은 탈모 여부를 채용 조건으로 두는 것은 신체조건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면서 시정을 권고했다.

K씨 사례를 계기로 알아보니 여전히 서비스업종 등에서는 채용 조건으로 용모단정을 내거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키 크고 잘생기고 옷 잘 입는 사람, 여성은 키 크고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라는 거다. 이런 합격 조건을 은밀하게 적용하지 말고 아예 공고부터 적시하는 ‘용기’ 있는 회사는 없나. 괜히 나중에 머리 없는 것 트집 잡아 자르지 말고. 글=한민수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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