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수능 없앨 때 됐다 기사의 사진
올해 대학 입학 전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 초 수시로 시작된 전국 197개 대학의 전형이 마지막 단계인 정시도 끝을 맺었다는 신호다. 설 연휴를 앞두고 누군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을 찾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가득한 예비 대학생들과는 달리 고배를 마신 수험생들은 귀향길에 오를지 말지 망설일 듯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펼쳐지는 대한민국의 교육 풍경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응시한 학생은 55만2297명이다. 전체 대학 정원은 35만200여명인데 이 중 수시로 뽑힌 인원은 24만6800여명에 달한다. 수시 비율이 70.5%로 역대 최대다.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논술 등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내년에는 비율이 73.7%까지 올라간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모집 인원이 줄고 있지만 수시 인원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수능 위주의 정시는 정반대다. 정시 비중은 2006학년도까지만 해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지만 이듬해 수시에 역전된 뒤 올해에는 처음으로 20%대(10만3100여명)까지 떨어졌다. 수시 확대, 정시 축소가 대세가 된 셈이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뚜렷해진다. 2018학년도 전형 계획을 보면 서울대 연세대 등은 수시에서 적용하던 수능 최저 등급을 대폭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는 분위기이고, 고려대와 서강대는 정시 비중을 각각 15.8%와 19.9%로 줄였다. 이는 수능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수능은 수년 동안 쉬운 기조를 유지해 왔다. 내년부터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해 ‘쉬운 수능’을 밀고 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다. 당연히 수능의 변별력은 떨어질 것이고, 대학들은 수능으로 신입생을 뽑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시를 늘리고 정시를 축소하려 들 것이다. 1994년 도입된 수능의 수명이 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수시의 대표 격인 학생부 전형이 성공적으로 연착륙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수시의 85.8%를 차지하는 학생부 전형은 내신 성적, 자기소개서, 과외활동 등을 종합 평가하는 제도다. 이 전형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일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돈으로 스펙을 쌓는 데 유리하다는 ‘금수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조작까지 확인되면서 공정성과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1945년 광복 후 큰 틀만 16차례나 변경됐다. ‘대학별 단독 시험제’를 시작으로 ‘예비고사+본고사’ ‘학력고사’ ‘수능’을 거친 뒤 현재의 ‘수능+수시/정시’로 이어지고 있다.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수없이 바뀐 만큼 입시 제도가 개선됐으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 되레 예전 단순했던 시절이 좋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또다시 수능 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적용 시점은 중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부터다. 문·이과 통합의 새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시험이어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대학 입시 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대학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수능 폐지도 한 방안이다. 대학 진학만을 외치며 선행학습에 주입식 암기와 선다형 문제 풀기에 몰두하는 식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 내기 위한 지속가능하고 수요자 중심, 미래지향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험에 종속되는 교육과정이 아니라 교육과정이 제도를 바꿔 나가는 선순환적 흐름도 필요하다. 우리 교실이 아직도 20∼30년 전 상태에 머물러 있어서야 되겠는가.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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