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배병우] 트럼프가 만드는 위험한 세계 기사의 사진
연일 ‘도널드 트럼프 충격’이다. 그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열흘. 주말을 빼면 5일 집무했다. 미국도, 세계도 전혀 낯선 곳이 됐다.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근간인 상호주의와 자유무역, 세계 초강대국 미국 사회를 규정해 온 자유와 개방이 한순간에 절벽 위에 섰다. 모든 게 엎어지고 뒤집히고 있다.

대통령 후보 트럼프와 대통령 트럼프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면 현실과 일정 부분 타협해 공약의 날 선 부분은 부드럽게 하고 시행 속도도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그는 관련 부처 의견 수렴은 물론 백악관 보좌진과 토론도 없이 전격전을 벌이고 있다. 취임 초기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놓치지 않겠다는 데 올인한 형국이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미국 제조업을 중흥시키고 일자리를 회복시키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실패할 것이다. 무엇보다 모순되고 상충되는 정책조합투성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기업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겨 미국으로 다시 상품을 들여올 경우 국경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 국내법뿐 아니라 국제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도 이와 유사한 세제를 도입할 경우 다른 나라로부터 원자재와 부품 의존도가 높은 미국 수출업체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경우 단기적으로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기 상황인 만큼 인플레이션 역풍을 부를 공산이 크다. 세계적 기업들이 트럼프의 위협에 못 이겨 미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약속을 하고 있지만 실제 시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은 어떤가. TPP 탈퇴 선언으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 경도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다.

용의주도하게 준비해도 부작용이 많을 이 조치들을 트럼프가 무 자르듯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배경은 무엇인가. 상황 인식 오류와 미국의 힘에 대한 과신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국 시민과 기업은 피해자, 외국은 그들의 부를 빼앗아가는 수탈자 프레임을 걸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세계 무역의 기준·규칙 제정자와 기축통화국으로서 얼마나 특혜를 누리고 있는가를 도외시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미국이 결정하면 세계는 이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일방주의에 빠져 있다. 문제는 그러한 세계 질서는 오래전에 끝났다는 것이다. 미국이 기존의 국제적 역할을 포기하면 그것을 대신할 후보가 여럿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트럼프가 선보이는 일방주의, 자유와 개방 훼손은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연성권력(soft power)이라고 부른 미국 힘의 주요한 원천을 파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27일 초강경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 ‘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정체성까지 건드렸다. 이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 가치가 훼손되면 퇴임 이후에도 싸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공화당도 우군이 아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을 싸잡아 워싱턴의 기득권 세력으로 폄하했다.

존 아이켄베리 미 프린스턴대 석좌교수는 최근 강연에서 미국에서 임기 4년 동안 혼란이 지속돼 탄핵 등 입헌적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등 국내 전문가도 트럼프 정부의 앞날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다소 이르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중도 하차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트럼프 시대에 대응해야 할 것 같다.

배병우 편집국 부국장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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