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네오파시즘의 망령 기사의 사진
우리 속담에 ‘하룻밤을 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남녀가 하룻밤의 짧은 인연으로도 깊은 정을 맺을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학자들은 “하룻밤을 자도 만인(蠻人·야만스러운 사람, 일본인을 얕잡아 이르는 말)은 성을 쌓는다”인데 잘못 전해져서 이렇게 바뀐 것으로 본다. 뉴욕증권거래소와 금융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Wall Street)란 명칭도 벽(Wall)에서 유래했다. 뉴욕을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불렀던 1653년 이곳에 이민 온 네덜란드인이 인디언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벽을 쌓았다.

벽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절이다. 중국 만리장성은 북방민족의 침입을 막는 군사적 역할 외에도 문화적으로는 유목문화와 농경문화, 중원과 변방을 가르는 경계선 역할을 했다. 냉전시대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도 1989년 11월 붕괴되기 전까지 동독과 서독의 경제는 물론 사회·문화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동독 정부가 자국민들의 서독행을 막기 위해 세운 베를린장벽을 ‘파시즘을 막는 벽’이라 부른 것은 아이러니다.

미국 문명은 1607년 작은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온 영국인들에 의해 시작됐다. 최초의 백인 정착지가 버지니아 제임스타운이다. 1886년 미국 뉴욕항 입구 리버티 아일랜드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은 억압받은 자들이 자유를 찾아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상징한다. 리버티 아일랜드에서 북쪽으로 0.8㎞ 떨어진 곳에는 엘리스 아일랜드가 있다. 1892년부터 1954년까지 미국으로 들어가려는 이민자들은 이곳의 이민국 건물에서 입국 심사를 받았다. 엘리스 아일랜드는 아메리칸드림을 실현시켜주는 교두보이자 신세계로 향하는 관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7개국 출신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의 반(反)이민정책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을 연상시킨다.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람들은 위기가 닥치면 판단력을 잃고 자신들을 지켜줄 구원자를 찾는다”며 “1930년대 히틀러는 국민들에 의해 선출돼 국민들을 파괴했다”고 포퓰리즘을 경고했다. 이탈리아 무솔리니와 독일 히틀러로 대표되는 파시즘을 무릎 꿇리고 2차 대전 후 세계화를 이끈 글로벌 리더이자 개방과 자유의 상징인 미국의 쇄국주의 변신이 당황스럽고 섬뜩한 이유다.

글=이명희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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