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칼럼] 탄핵자살과 사회적 부검 기사의 사진
설날인 지난 28일 밤 60대 남성이 투신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사건은 사망자의 신분과 자살 원인 때문에 언론이 비교적 관심 있게 보도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박사모’ 회원이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에서 흔드는 손태극기 2개를 든 채 아파트 6층에서 몸을 던졌다. 태극기에는 ‘탄핵가결 헌재무효’라는 구호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지난 7일에는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가한 승려가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했다. 정치적 확신이 얼마나 분명하기에 한 달이 안돼 탄핵 여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르는지 무척 안타깝다.

에밀 뒤르켐의 말처럼 이들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공동체의 고민이 개인에게 투영돼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한 것이다. 단순히 유가족의 슬픔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의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

근래 들어 자살을 다루는 관심 끄는 연구 방법의 하나가 심리적 부검이다. 육체적 부검이 사인을 찾는 것이라면 심리적 부검은 자살의 근거를 규명하는 작업이다. 자살한 사람의 자료와 주변 사람과의 면담 등을 통해 ‘어떻게’가 아니라 ‘왜’ 자살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남은 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살 확산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이 부검은 1987년 핀란드에서 처음 시행됐으며 국내서는 2008년 11월 제주의 화순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자살 사건이 1호였다. 지금은 국내의 여러 기관이 자살 예방 프로그램으로 널리 쓰고 법원이 재판에 활용할 정도로 확산됐다.

탄핵자살 2건은 자살이라는 점에서는 심리적 부검 대상이다. 그러나 사안으로 볼 때 이미 의미가 없다. 자살의 근거와 재발 방지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사정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비정상이 자살의 원인이고 이를 정상화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해법임이 분명히 드러나 있다. 자살자 중심의 심리적 부검이 아니라 자살을 초래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부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새해 들면서 박 대통령 측의 공세가 강도를 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 측의 조직적 반발이 심대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탄핵자살의 상당한 원인 이 박 대통령 탓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최순실 농간에 놀아나지 않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더라면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이 확인된 사실조차 부인하고 무차별 여론전을 펴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양 극단으로 나뉘고 있다. 태극기 집회에 모이는 인파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주장은 더욱 선동적이고 원색적이다. 벌써 탄핵 이후의 흉흉한 민심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탄핵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어느 한쪽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자중해야 한다. 탄핵 찬성 측의 과도한 언행과 행동이 자제돼야 함은 물론이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의 민심 가르기는 금물이다. 국가 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할 대통령이 직접 나서 특정 세력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생명을 내던질 만큼 나라는 엉망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민국이 얼마나 더 나락으로 떨어져야 된단 말인가.

박 대통령은 늘 국리와 민복을 얘기하고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원칙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수용하지 않는 예외를 자신에게는 자주 허용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그 원칙을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차분하게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이 역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무이자 국민에 대한 배려다.

정진영 논설위원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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