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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손영옥] 기본소득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인공지능으로 일자리 잃고 자본주의 한계 이른 시대에 수요 창출할 수 있어”

[내일을 열며-손영옥] 기본소득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기사의 사진
“인생 이모작은 미용 기술을 배워야 되는 거 아닐까?”

내 직업의 미래가 불안했다. 롤로 머리 웨이브 하나 예쁘게 말 줄 모르면서 이런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 건 그런 불안에서 온 공상이다. 이세돌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한 그날 이후 ‘도대체 우리가 머리 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직업들이 언제까지 수명 연장할 수 있을까’는 나와 모두의 관심사가 됐을 것이다. 일자리 문제니까.

가슴 철렁하게도 신간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와이즈베리)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는 몰라도 언론인이 전문직이라는 데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긴 오토메이티드 인사이트사의 인공지능 기자 워드스미스는 기업 회계 분석, 스포츠 기사 등 일주일에 500만건 기사를 쏟아낸다고 하지 않는가. 그 ‘사’ 돌림 직업도 마음 놓을 처지가 아니다. 이미 로봇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인공지능 변호사는 파산 절차를 다루고 있는 시대다.

건재할 직업? 경제추격연구소가 낸 ‘2017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은 미용사와 같은 비반복적인 신체 노동, 혹은 기업 전략기획 같은 비반복적인 인지적 업무는 기술 발전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진단한다. 회사 수뇌부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차라리 미용사는 어떨까. 이런 궁상스러운 생각을 하며 보낸 설 연휴였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기본소득 얘기가 확 눈길을 끌었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소득 수준, 취업 여부 등에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통념과 달리 복지정책을 넘어 일자리 창출 전략이라는 게 이 책의 신선한 점이다. 기본소득 개념은 복지 선진국 유럽에서 분 바람이다. 핀란드와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기본소득 실험에 들어갔다.

내 흥미를 끈 건 기본소득 논의가 미국으로 확산됐다는 점이다. 유럽과 맥락이 좀 달랐다. 실리콘밸리의 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게 놀랍다.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크리스 휴즈, 세계 최대 차량 공유업체 집카의 창업자 로빈 체이스, 에어비앤비를 배출한 ‘스타트업 엑셀레이터’ Y콤비네이터의 CEO 샘 알트만 등이 찬성한다. Y콤비네이터는 오클랜드 주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도 하고 있다. 이들은 기본소득 제도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일자리가 소멸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해소해주고 자기계발을 통한 창업과 신산업에의 도전 의욕을 고취시킬 거라고 주장한다. 미래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위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우파도 관심을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는 고용 없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 감소는 수요 부족을 초래해 경제를 점점 침체시킨다. 고용 확대를 통한 수요 창출이 어렵다면 고용에 기반을 두지 않는 수요 창출은 어떨까. 기본소득은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조기 대선에서도 기본소득은 이슈다. 뜨거운 감자라 조심스럽다. 대선 주자 중 덥석 집은 건 이재명 성남시장 정도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 엉거주춤 찬성하는 모양새다. ‘무상 복지 프레임’에 갇혀 표를 잃을까 우려하는 인상이 짙다. 진보 진영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공짜 밥’ 논리를 펴며 강력 반대하는 게 그 증거다. 하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가들을 보라. 인공지능과 인간이 경쟁해야 하는 시대, 자본주의가 한계를 노정하는 시대, 기술 혁신과 일자리 창출의 길을 기본소득에서 찾는 그들의 혁신적 사고를 대선 주자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 논의는 더 활활 타올라야 한다.

손영옥 문화부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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