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당당한 항명 기사의 사진
참 인상적이다.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현실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0일 밤(현지시간)에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샐리 예이츠(57) 법무차관을 잘랐다. 그 사흘 전 서명한 이슬람권 7개국 국민들의 입국을 금지시킨 반(反)이민 행정명령 이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인류보편적 가치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의견이 훨씬 많다.

예이츠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정의를 추구하는 법무부의 책임과 일치한다는 확신도, 합법적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고 했다. 이민 규제와 관련돼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정부를 법적으로 대리하지 않겠다는 항명이기도 하다. 법조인 양심으로, 연방정부 법무 책임자로서, 정의를 위한 항명이고 직을 건 공직자의 행동이었다. 백악관은 몇 시간 뒤 비슷한 이유로 이민세관국장도 조용히 갈아 치웠다. 민주당은 이를 ‘월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부른다.

애틀랜타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여성으로서 27년 동안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일했다. 그는 2년 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대통령의 행동이 불법이라고 간주된다면 이에 맞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답변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한다. “법무장관과 차관은 헌법과 법률을 지킬 의무가 있다. 그리고 독립적으로 판단한 법률적 조언을 대통령에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박근혜·최순실 드라마’에 조연급 수사를 받거나 구치소로 향한 여러 유형의 공직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처음에는 몰랐을 수 있겠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비정상적인 대통령의 지시나 최순실의 관여가 법적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권력에 눌렸거나, 소극적 또는 적극적으로 조력했거나, 불법인 줄 알면서 애써 외면한 것 중 하나일 게다. 공개적이고 당당한 항명, 그래서 더 돋보인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