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폐지로 만든 캔버스 위에 노인들 행복 그려 가지요”

소셜벤처 ‘러블리페이퍼’ 기우진 대표

[예수청년] “폐지로 만든 캔버스 위에 노인들 행복 그려 가지요” 기사의 사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기우진씨가 지난달 31일 인천 부평구의 기독교대안학교 푸른꿈비전스쿨에서 폐지 줍는 노인들을 돕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인천=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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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정한 허리를 더 구부려 손수레에 폐지를 싣는 노인들. 동네 골목길에서 쉽게 보고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이 기우진(35)씨의 머릿속엔 오랫동안 남았다. 고민 끝에 ‘그들을 돕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했고 올해로 4년째 그 일을 이어오고 있다. 소셜벤처 ‘러블리페이퍼’의 대표인 기씨는 노인들이 주운 폐지를 비싸게 사들인다. 재활용업체에선 대개 10㎏에 700원씩 주고 사는 폐지를 기씨는 10배인 7000원을 주고 매입한다.

러블리페이퍼는 이렇게 사들인 폐지 박스를 재활용해 캔버스를 만든다. 그 캔버스에 자원봉사 예술가들의 그림이나 캘리그래피가 덧입혀지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한다.

작품을 팔아 번 돈은 다시 노인들이 주워온 폐지를 사는 데 사용한다. 재활용품에 디자인이나 활용도를 더해 새로운 가치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으로 노인들을 돕는 것이다.

러블리페이퍼는 봉사단체 ‘굿페이퍼’에서 출발했다. 기씨가 2013년 설립한 굿페이퍼는 가정 학교 교회 등에서 나오는 폐지를 기부 받아 재활용업체에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먹거리 등을 지원하는 단체다. 취지에 공감한 몇몇 재활용업체에서는 수거용 차량도 빌려줬다. 매달 1.4∼1.5t의 폐지를 모아 팔았지만 수익은 10만원 정도. “더 효과적으로 노인들을 도우려면 수익을 늘릴 방법을 찾아야 했죠.” 지난해 1월 기씨는 인천 만수중앙감리교회(황규호 목사) 교우인 권병훈(32)씨와 러블리페이퍼를 창립했다.

폐지로 캔버스를 만드는 일은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같은 모양의 폐지를 여러 장 덧대어 만든다. 폐지 1㎏으로 12개의 캔버스를 만들 수 있다.

“캔버스를 만드는 것은 저희가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림을 그려줄 작가들을 모으는 일이 급했죠. 재능기부 형식이기에 지원자가 쉽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지인 중 그림을 그리는 이들에게 부탁을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모집공고를 올렸어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4시간 만에 150명이 모였습니다. 믿을 수 없었죠.”

캔버스를 택배로 작가에게 보내면 작가는 그림을 그려 다시 택배로 러블리페이퍼에 되돌려준다. 작품은 온라인 등을 통해 3만원 안팎의 가격에 판매한다. 자원봉사 작가들의 활발한 참여로 러블리페이퍼는 지난해 4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와 작품 판매로 얻은 수익금 400여만원은 모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위해 사용됐다. 러블리페이퍼는 현재 7명의 노인을 돕고 있다.

“지금은 모든 걸 수작업으로 하지만 앞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더 많은 노인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최근 러블리페이퍼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러블리페이퍼는 올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캠페인을 벌여 공감대 형성에 힘쓸 계획이다.

기씨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원동력이 신앙이라고 했다. “대학생 때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지금까지 신앙인의 길을 걸으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라는 두 가지 의무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말씀 묵상, 기도 등을 통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은 알겠는데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은 잘 모르겠더군요. 단지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에게만 친절한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씨는 고민 끝에 ‘소외된 이들을 돕는 것이 이웃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대상을 찾고 꼭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씨는 본인이 교사로 재직 중인 기독교대안학교 푸른꿈비전스쿨의 학생들에게도 이웃사랑 실천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폐지 수거나 캔버스 제작 등을 하는 일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청소년 소셜벤처 경연대회 등에 지원하도록 독려합니다.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다면 이웃을 도우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선교까지도 가능하게 됩니다.”

인천=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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