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유색인종이 41%… 실리콘밸리 위기 기사의 사진
미국 시민들이 지난달 29일 시애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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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출신의 페이스북 엔지니어 무타드하 알타미미씨는 지난달 24일 회사 변호사의 전화를 받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 변호사는 “지금 미국 밖에 있으면 당장 돌아오라”고 했다. 알타미미씨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캐나다에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 발표 직전에 귀국했지만, 그는 앞으로 가족을 만날 수 없는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

알타미미씨는 약 10년 전 이란에서 미국으로 왔다. 무슬림 국가 학생을 미국으로 초청해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유스 익스체인지 & 스터디(YE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YES는 9·11테러 이후 이슬람에 대한 증오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부시 정부 시절인 2003년 도입됐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알타미미씨는 페이스북에 취업했다. 올해 24세인 그는 정식으로 비자를 받아서 미국에서 일하며 미국을 ‘진짜 집’이라고 생각한다. 이란에 머물던 그의 가족은 2013년 전쟁을 피해 요르단으로 피난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캐나다 비자를 받아 밴쿠버로 이주했다. 그는 매주 가족을 만나러 캐나다를 오갔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알타미미씨가 이란 여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명령 발동 이후에는 입국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성은 경쟁력의 원천

알타미미씨가 몸담고 있는 페이스북은 해마다 ‘다양성 보고서(Diversity Report)’를 발행한다. 전체 직원 중 남녀 성비, 인종별 구성비 등을 상세하게 공개한다. 회사가 다양성을 존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외부에 보여주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30일 기준으로 페이스북 미국 본사 직원 중 백인 비중은 52%다. 48%는 백인이 아니다. 직원 절반 가까이 백인이 아닌 셈이다. 구체적으로 아시아인 38%, 히스패닉 4%, 흑인 2%, 혼혈 3%, 기타 1%다. 특히 IT 기업의 핵심인 기술 분야에서는 백인 비중이 48%로 절반 이하다. 아시아인 비중이 46%로 백인에 육박한다. 반면 회사 고위 임원은 백인이 71%로 압도적으로 많다. 페이스북 전 세계 전체 직원 남녀 성비는 남자 67%, 여자 33%다.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 주요 IT 기업들은 대부분 다양성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남녀 성비는 7대 3, 백인과 다른 인종 비율은 6대4 안팎이다. 구글(지난해 1월 기준)은 백인 59%, 아시안 32%, 혼혈 3%, 히스패닉 3%, 흑인 2%, 기타 1%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구글은 2015년 한 해 동안 뽑은 직원 중 5%는 히스패닉, 3%는 흑인으로 전체 구성비보다 많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순다 피차이 구글 CEO 등은 인도 출신으로 최고 자리에 올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인물이기도 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선조가 이민자 출신임을 강조한다.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다양성을 강조하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우선 전 세계 우수 인재 유치다. 국적, 인종에 상관없이 가장 우수한 인재를 보유해야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각 나라와 인종마다 고유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현지 문화를 알고 거기에 맞춰 서비스를 현지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다양한 곳에서 온 직원들을 통해 여러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때 서비스에 녹여낼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거세게 저항하는 것은 미국의 건국정신을 훼손한다는 원론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 글로벌 시장 공략 등에서 실질적인 타격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 다양성 무너지나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외국에서 인력을 확보하려는 실리콘밸리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미국 공장 건설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원하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제는 직원 절반 가량을 외국 인력으로 쓰고 있는 IT기업에도 ‘미국인에 일자리를 주라’고 나설 태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취업비자 제도 개선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입안했으며 조만간 대통령 서명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행정명령 초안에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전문직 기술인력에 발급되는 H-1B 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이 비자는 고급 인력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해외 우수 인력 채용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미국 기업들이 STEM(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에서 외국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 달리 비숙련,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아웃소싱하는데 악용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미국 이민국에 따르면 H-1B 비자로 미국에 오는 외국인은 연평균 6만5000명 가량이다. 미국 취업비자 대행업체 마이비자잡스에 따르면 2016년 말까지 H-1B 비자로 취업한 외국인은 IBM 1만2381명, MS 5029명, 구글 4897명, 아마존 2622명, 애플 1660명 등이다.

트럼프 정부는 외국 인력 유입을 막아 IT업계에서도 수만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브루킹스 연구소 게리 버틀스 선임 연구원은 “STEM 분야의 이민 노동자들은 미국에서 창업과 특허 취득에 기여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반이민 정책 대응 수위를 점차 높이면서 저항하고 있다. MS와 아마존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제소한 워싱턴 주를 돕기로 했다. MS는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행정명령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한 경우 법정 증언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자사 법무팀에 워싱턴 주를 지지하는 선언문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IT전문매체 더 버지가 보도했다. 아마존은 이외에도 다른 법적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글=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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