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영석] 호모 인턴스를 구하라 기사의 사진
대한민국에는 신인류가 살고 있다. ‘호모 인턴스(Homo interns)’가 그들이다. 어학연수, 자격증, 사회봉사활동 3종은 기본이고 성형수술까지 9종 스펙을 준비해도 정규직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인턴만 반복하는 청년들이다. 인턴만 하다가 부장만큼 경험을 쌓는다는 ‘부장 인턴’, 일회용 휴지처럼 버려지는 ‘티슈 인턴’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신년기자회견에서 ‘호모 인턴스’를 언급할 정도니 청년 고용 절벽이 얼마나 가파른지 실감할 수 있다.

호모 인턴스를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번번이 인턴 채용 시험에서 떨어지는 인턴 낭인들이다. 국내 주요 기업 도전마저 쉽지 않자 해외로까지 진출한다. 대부분 자비 부담이다. 학교 도서관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캠퍼스에는 합격 전까지 졸업을 미루는 ‘화석 선배’가 즐비하다. 공식 실업자에다 호모 인턴스, 인턴 낭인, 화석 선배 등을 합친 ‘사실상 백수’ 450만명 시대가 2017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문제는 올해도 청년 고용시장에는 더욱 거센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데 있다.

대선 후보들은 청년 표심 공략을 위해 경쟁적으로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1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사회복지 25만명을 비롯해 경찰·소방·보육 등 공공 부문에서 81만개, 법정 근로시간 단축과 연차휴가 사용 의무화를 통해 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 사업에 투입한 22조원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5년간 22조원 투입한 4대강 사업과 달리 기약 없이 매년 수십조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데다 공무원 연금 등 추가 소요 예산은 고려되지도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도 중소기업의 현장 실정을 모르는 소리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1인당 연 100만원의 기본소득과 연 30만원의 토지배당을 약속했다. 소비 여력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주기 위해선 연 28조원이 필요하고, 토지배당을 위해선 대규모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15조원을 거둬야 한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등도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 분야 일자리 숫자 늘리기 경쟁만 하고 있다.

잠시 눈을 미국으로 돌려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식에서 향후 10년 동안 2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기업인들을 백악관으로 줄줄이 불러들여 일자리를 노골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면서 규제 1건을 도입할 때마다 규제 2개씩 푸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제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유도책이다. 반면 국방·치안 분야를 제외한 공무원 신규 채용은 금지했다. ‘작은 정부론’이다. 일자리 창출책만 놓고 보면 그의 지도력은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

대선 후보들도 이제 청년들의 절규에 제대로 화답할 때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민간 분야에서 고용을 늘리는 쪽으로 일자리 공약을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감히 규제를 풀고, 일자리 숫자보다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에만 매달려서는 효과가 크지 없다. 72조원을 쏟아붓고도 변변한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박근혜정부를 돌아보라. 촉박한 대선 일정 탓에 다방면의 정책 검증이 쉽지 않은 만큼 일자리 분야만이라도 유력 후보끼리 모여 대토론회를 벌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대방의 공약이 좋다면 과감히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호모 인턴스를 구하는 일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김영석 논설위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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