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지성과 영원 그리고 파랑 기사의 사진
제주도 푸른 바다
어떤 색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전 세계에서 파랑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다. 파랑은 ‘청백리’나 ‘청출어람’ 혹은 ‘독야청청’에서 보듯이 처연한 아름다움을 주는 색이다. 빨강과 노랑처럼 따뜻한 색은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을 주고, 차가운 파랑은 멀리 있다는 인상을 준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물감은 색깔에 관계없이 대체로 가격이 비슷하다. 천연재료가 아닌 화학재료로 대량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래 파랑은 값비싼 색이었다. 화가들이 사랑한 울트라 마린은 준보석 청금석으로 만든다. 코발트 광석에서 추출한 코발트블루 또한 비싼 파랑이다. 조선 중기까지 청화백자는 이슬람에서 들여온 고가의 회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인도의 염색 식물’ 인디고 블루는 노동자들의 노고에 힘입어 오랫동안 인류에게 싼값으로 파란 옷을 입게 해주었고, ‘블루칼라’와 청바지를 남겼다.

남자 아기에게 파랑 옷을, 여자아기에게 분홍 옷을 입히는 마케팅으로 인해 성별과 색의 상징에 혼선이 빚어지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파랑은 여성의 색이다. 활기 넘치는 빨강은 태양과 불의 색이고 조용한 파랑은 달과 물의 색이다.

물과 공기처럼 투명한 물질이 깊어지면 파랗게 보인다. 파랑은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의 색이다. 그래서 파랑은 신뢰와 지성을 상징한다.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색이 파랑이고 금융업종도 곧잘 파랑을 상징색으로 내세운다. 파랑은 차분하고 영리하며 집중력을 더해준다. 서양장기 챔피언을 이긴 최초의 컴퓨터 이름이 ‘딥 블루’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에서 교색을 결정할 때 강력하게 추천한 색도 파랑이다. 홍익인간의 교육이념을 담은 하늘의 색, 그 파랑을 감히 누가 싫다고 하겠는가. 탄핵정국으로 답답한 요즘, 머지않아 가을 하늘처럼 맑은 시대가 펼쳐지리라 기대해본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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