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버지 건보료 체납에… 정규직 합격 취소된 아들 기사의 사진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 인턴을 하던 김모(27)씨는 최근 정규직 합격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급여통장이 압류됐기 때문이다. 17년 헤어져 연락이 없는 아버지의 건강보험료가 체납돼 있었다. 그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압류한다는 연락도 없었다”며 “퇴사 이후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60만원 남짓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지난해 5월부터 8개월간 온라인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보험료 체납자 519명을 상담했다. 이들 중 10대는 2명, 20대는 39명이다. 10대는 부모의 연대납부의무로 체납 독촉을 받고 있었다. 20대 다수는 소득이 일정치 않은 등의 이유로 체납자가 됐다.

A씨(26)는 아동보호시설에 있다가 미성년자인 여동생과 함께 독립했다. 직업이 일정치 않던 그는 직장을 그만둘 때마다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연체된 체납 보험료 30만원은 군대 월급 통장에서 압류됐다.

공단은 미성년자와 경제적 빈곤자 등에게 체납보험료와 연체금을 징수하지 않는 결손 처분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압류할 수 있는 재산이 일정 금액 이상 발견될 때는 처분이 취소된다. 가족의 납부 의무는 이어받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청소년은 사각지대에 놓이는 셈이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선 연구원은 공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실태조사 결과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2월 기준 25세 미만 장기 체납자 수는 4만7517명이다. 이들의 75.8%가 월 보험료 5만원 미만의 생계형 체납자다. 25세 이상 56.2%보다 비율이 높다.

전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모(22)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작은 회사라도 들어가려 노력하지만 회사에서 요구하는 건강보험 납부확인서가 걸림돌이 됐다.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부모님은 보험료를 못 내 체납한 상태다. 그는 “입사원서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박모(25)씨는 10살 때부터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부모님을 만나 보지 못했다. 미용기술을 배우며 자립하려 했는데 취업 후 월급을 받자마자 기억도 희미한 부모의 체납 보험료가 부과됐다. 그는 “직장가입자로 내는 보험료도 많은데 부모님의 체납된 보험료까지 내야 하니 부담이 된다”며 고개를 떨궜다.

연구소는 “미성년 체납자는 부모의 체납을 이어받거나 성인 보호자가 없는 단독 세대인 경우가 많다”며 “청년들은 불안정 고용이나 미취업 상태로 지역가입자가 돼 체납자가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3일 건강보험료부과체계 개편안을 내놨지만, 청년 체납 대책은 없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정숙 활동가는 “건보료 개편으로 지역가입자의 부담은 줄겠지만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결손 처분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고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납부 유예 등으로 체납을 미연에 방지하고 취업 시 건강보험납부확인서를 요구하는 등의 차별적 조치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건보료 개편안에 체납 관련 정책은 빠져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생계형 체납자의 사정을 감안해 결손처분 결정을 내리는데 미성년자는 더욱 고려된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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