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유성열] 대박의 꿈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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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대박을 터뜨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살아가면서 모두가 꿈꾸지만 실제 대박이라고 부를 정도로 큰 횡재를 얻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요새처럼 금전적 이득이 대박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35년 인생에서 딱 두 번 꿈을 꿔봤다. 입대를 앞둔 2003년 2월 전국이 로또 광풍에 휩싸였다. 수차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이월된 당첨금 규모가 800억원대까지 불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됐던 시절, 당연히 로또를 사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가득했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대박의 꿈에 매달렸다.

당시 학생 신분으로 많지 않은 돈에서 로또를 난생처음 구매했다. 나름 연구를 거듭해 번호도 신중하게 선택했다. 이후 당첨번호 발표 전까지는 당첨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이었다. 일단 당첨 사실을 가족에만 알리고 금액을 수령한 뒤에는 바로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당첨 매뉴얼을 숙지했다. 당첨됐지만 안 된 것처럼 연기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하니 흐뭇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면서는 나중에라도 차를 한 대씩 해주겠다는 ‘공수표’를 날리기도 했다. 결과는 물론 ‘꽝’이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숫자 한 개만 맞혔던 것 같다. 1등이 무려 13명 배출됐지만 그들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후로 로또 이월 제도가 바뀌어 다시는 보지 못할 풍경이 됐다.

두 번째 대박 쟁취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2012년 초, 보다 능동적인 방법으로 시도했다.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어르신들의 경고를 들어왔기 때문에 주식에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두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한 회사 선배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이 뜬다”며 “문재인 테마주를 사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는 문재인이라는 이름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정도로만 인식되던 인물이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실제 문재인 후보는 급격하게 떠올랐고, 한때는 대세론에 근접하기까지 했다. 테마주를 사라던 선배는 실제 관련 주식을 상당수 매입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평소 같으면 ‘잡주’에 불과할 종목의 주가가 몇 배로 급등했다. ‘이거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주식투자와 관련된 서적을 몇 권 집어 들었다. 주식과 관련된 영화·드라마를 섭렵하며 마음가짐을 다잡고 서적을 탐독한 뒤 100만원 정도의 소액을 입금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투자금액은 서서히 불었다.

결과는 역시 신통치 못했다. 그 후로 현재까지 주식투자를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개인이 시장을 이길 순 없다’는 단순한 명제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누적 기준 손실을 보지는 않았다. 다만 생각했던 만큼의 대박을 터뜨릴 수는 없었다.

결국 대박이란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꿈을 꾸는 동안은 행복하지만 그것이 이뤄지리란 보장은 없다. 노력만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크나큰 운이 따라줘야 한다. 대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패가망신을 부를 수 있다. 차라리 주변에 사랑하는 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꾸준히 성실하게 할 일을 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대박을 찾아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때 여권에서는 ‘연말대박’이라는 건배사가 유행한 적이 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얘기인데 그해 12월 대선에서 승리하자는 구호인 동시에 ‘대통령은 박근혜’라는 소망을 품은 건배사였다.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당선된 당사자뿐만 아니라 줄기차게 연말대박 건배사를 외치던 이들에게는 정말 대박의 순간이었을 게다. 그러나 2012년의 대박은 4년을 채 가지 못했다. 대박에 집착한 이들이 곳곳에서 부정을 저질러 정권은 만신창이가 됐다. 성공한 대통령이 나오길 바랐던 수많은 국민의 마음도 누더기가 됐다.

어느덧 우리는 또 한 번의 대선을 앞두고 있다. 선거일이 언제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잠룡들은 거취를 확실하게 정리해가는 중이다. 보나 마나 대선주자 당사자와 대통령을 만들려는 사람들은 대박의 꿈을 키워가고 있을 터이다. 그들이 꿈에 취해 정도를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특정 인물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도 각자의 대박을 꿈꾸고 있다. ‘○○○가 대통령이 된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식이다. 지지하고 힘은 실어주되 무조건적인 기대를 갖지는 말자. 우리는 이미 속을 만큼 속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냉철하고 비판적인 안목이 절실하다.

글=유성열 경제부 기자 nukuva@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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