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규의 문화공방] <90> 표절과 양심 기사의 사진
tvN 드라마 ‘도깨비’ 포스터
최근 가요 표절 논란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OST곡 일부가 특정 곡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표절을 의심하는 대중은 원곡과 표절곡 음원을 나란히 비교했다. 누가 듣더라도 특정 곡이 ‘연상’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작곡가 이승주는 직접 악보까지 첨부해 상세하게 반론을 폈다. 코드 한두 마디 비슷한 부분을 표절로 몰아간다면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990년대 같았다면 가요계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법하다.

표절 의혹만으로도 가수나 작곡자는 치명타였다. 표절을 용납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교묘히 베껴 자신의 것으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은 대중을 우롱하고, 대중음악계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99년 이전에는 심의규정상 표절은 4마디, 2소절이 같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공연윤리위원회가 공연법 개정을 통해 사전음반 심의기구를 없애 표절이 친고죄로 넘어갔다.

2006년 10월 작곡가 강현민은 자신의 곡을 표절했다는 소송으로 승소 판결을 받는 데 무려 2년6개월이 걸렸다. 험난한 길이었다. 우리 사회는 시나브로 표절에 관대해졌다.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 표절 판결 사건’은 주목할 본보기다. 조지 해리슨이 70년에 발표한 ‘My sweet lord’는 ‘더 시폰스’의 ‘He’s So Fine’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표절 판결을 받았다. 당시 조지 해리슨은 표절 대상 곡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우연의 일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잠재의식적 표절’로 판결했다. 의도와 상관없이 무의식중에서 작업한 곡이라도 원곡과 같다면 표절이라고 못 박았다.

4분짜리 노래를 둘러싼 이 촌극의 내막을 들추면 우리 사회 검증 시스템의 총체적 난관과 전방위적인 붕괴가 엿보인다. 창작자에게 ‘양심과 자기 검열, 그리고 책임’은 목숨과도 같은 일이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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