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모규엽] 더반의 기억 기사의 사진
2011년 7월 6일. 정확히 한국시간으로 자정을 넘긴 0시18분. 지구 반대편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23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손에 쥐고 있는 카드를 뒤집으며 어눌한 발음으로 ‘평창’이라고 외쳤다. 곳곳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피겨스타 김연아의 모습도 있었다. 바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 평창이 선정됐을 때다. 당시 평창은 투표에서 63표로 독일 뮌헨(25표)과 프랑스 안시(7표)를 따돌리고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2000년 김진선 당시 강원도지사가 공식 유치선언을 한 지 무려 11년, 3수 끝에 따낸 것이었다. 김연아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당시 평창은 ‘뉴 호라이즌(New Horizons)’이라는 슬로건으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새로운 지평’이라는 뜻으로, 잠재력이 큰 아시아 무대에 동계스포츠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였다. 극적으로 3수 만에 올림픽 개최에 성공하자 아시아에서 일본만 개최한 동계올림픽을 우리도 유치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동계올림픽이 선진국에서만 열리는 부자 올림픽이라는 점을 들어 우리 국가브랜드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64조9000억원이나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5년7개월이 지난 2017년 2월. 올림픽을 불과 1년 남겼지만 열기는 시들하다.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 여파가 너무 크다. 하지만 올림픽 농단은 모두 미수에 그쳤다는 게 조직위 설명이다. 최씨가 하나도 이권을 따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반면 5년7개월 전 우리가 가슴에 품었던 국가브랜드 제고, 경제적 파급효과는 현재진행중이다. 올림픽 개최 준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경기장 전체 공정률은 90%를 넘어섰다. 이제 남은 것은 2011년 더반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다. 바로 ‘초심(初心)’이다.

글=모규엽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