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99)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멈춘 심장’ 다시 뛰게한다 기사의 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이 다학제 협진 회의실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심장내과 최석원 교수, 문성은 간호사, 심장내과 김도영, 윤종찬, 유규형(병원장), 한성우(센터장) 교수, 흉부외과 이재진 교수. 한림대의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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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중견기업의 임원인 황천수(가명·51) 씨는 지난 해 7월, 친구들과 경기도 H골프클럽에서 공을 치던 중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심장마비임을 직감한 친구들은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심장마사지를 시작했다.

호출 4분 만에 도착한 119 응급구조대원은 의식을 잃은 황씨를 골프장서 가까운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했다. 황씨의 맥박은 이곳에서 가까스로 되살아났다.

하지만 병원 측이 응급조치로 최대 용량의 혈압 상승제를 투여했는데도 수축기 혈압이 겨우 90㎜Hg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더 이상 호전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심전도검사에선 심각한 심근허혈 증상까지 나타났다. 조만간 다시 심(心)정지가 올 것이란 신호였다.

당시 현장을 지키고 있던 동탄성심병원 심장내과(순환기내과) 최석원 교수는 황씨를 지체 없이 심혈관조영실로 옮겼다. 이어 심장혈관상태를 살펴보는 관상동맥조영술을 시행했다. 아니나 다를까 황씨의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좌측 뿌리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고 나머지 혈관도 거의 차단된 상태였다.

최 교수는 스텐트(금속성 그물망) 삽입술로 막힌 혈관을 개통시킬 경우 되레 환자를 더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 즉시 심장외과(흉부외과) 이재진·이희성 교수팀한테 심장혈관 우회로 형성수술 지원을 요청했다.

최 교수는 이 병원에서 주로 관상동맥 및 말초혈관질환을 가는 카테터(도관)를 이용한 풍선 확장술 또는 스텐트 매립으로 치료하는 중재시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재진 교수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수술 경험이 풍부하고, 심장 주위 혈관질환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은 심장외과 전문의란 평가를 받아왔다. 또 이희성 교수는 심(心)정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체외혈액순환장치 ‘에크모(ECMO)’ 시술 전문가로 통했다.

황씨는 이들의 신속 정확한 협진에 힘입어 사고발생 3시간여 만에 관상동맥 우회로 형성수술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생명을 건지는 골든타임을 지킨 것이다. 이후 황씨는 건강을 빠르게 회복, 직장에도 복귀했다.



심혈관질환, 신속 정확한 협진

심정지 환자가 이렇게 관상동맥 중재시술 또는 우회수술을 받고 되살아나기까지 일련의 응급구조 과정이 물 흐르듯 진행되기 위해선 다학제 협진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특히 심장내과와 심장외과, 마취과 의료진의 협력이 긴밀해야 한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다학제 협진팀이 심정지로 생명이 경각에 다다른 위기 상황에서 황씨를 무난히 살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센터 다학제 협진팀은 유규형(병원장), 한성우(심혈관센터장), 윤종찬(심장이식팀장) 교수 등 심장내과 의료진과 이재진, 이희성 교수 등 심장외과 의료진으로 구성돼 있다. 한성우 교수는 심장혈관센터의 책임자로서 중재시술, 부정맥, 심장영상 등에 대한 폭 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치료전략을 수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심장외과 교수진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전담하다시피 한다.

유규형 교수는 병원장을 겸임, 병원살림까지 꾸려야 하는 가운데서도 난치성 심부전 환자 돌보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유 교수는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부전연구회장을 맡으며, 한국인 심부전 치료지침을 개발,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서왔다.

난치성 심부전 치료팀이 필요로 하는 실무처리를 도맡고 있는 윤종찬 교수는 이재진 교수와 더불어 심장이식팀을 이끈다. 윤 교수는 “성공적인 심장이식수술을 위해 이재진 교수팀과 함께 매월 두 번씩 정례회의를 열어 이식대기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상동맥 우회수술 96% 성공

심근경색, 대동맥박리 등 중증 심혈관질환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해 생명을 위협한다. 골든타임에 응급실을 찾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거나, 자칫 목숨을 잃기도 쉬운 병이 심혈관질환이다.

스텐트 삽입술과 같은 중재시술과 약물요법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심근경색 환자들은 대부분 응급실 도착 즉시 중재시술을 받거나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는 방법으로 회생한다. 물론 앞서 예로 든 황씨처럼 외과의사의 도움으로 혈관 우회로 형성수술까지 받고서야 가까스로 소생하는 환자들도 없지 않다. 이때는 순간의 판단과 심장내·외과 의사간 공조 시스템이 얼마나 긴밀하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응급환자의 소생여부가 결판날 수밖에 없다.

현재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 의료진의 관상동맥 우회수술 성공률은 96%다. 협진 교수들이 늘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며 수시로 환자들에 대한 의견을 나눠 치료 시 실수 또는 실기(失期)할 위험을 극소화시킨 덕분이다.

이들은 완벽한 심장수술을 위해 심장외과 교수가 미리 각종 검사결과를 두고 심장내과 교수와 상의, 미심쩍은 부분을 없애고 결과지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검사 정보를 서로 공유해왔다. 혹시 모를 뜻밖의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대처방안도 미리 마련, 최대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말초혈관질환 하이브리드 수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센터는 하지(다리) 혈관이 여러 군데 막힌 환자들에게 혈관 확장 시술, 스텐트 삽입술과 더불어 외과적 수술까지 시행하는 ‘하이브리드 수술’도 체계화해놓고 있다.

특히 스텐트 삽입술과 혈관 우회로 형성수술을 한 곳에서 모두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술 종류에 따라 환자를 옮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만큼 응급수술 및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도 빠르게 이뤄진다.

한성우 교수는 6일, “고령 또는 다른 질병을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를 의사 한 명이 진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면 전문가라도 실수가 따를 수 있다. 심혈관조영실도 수술실 못잖은 감염예방설비를 갖춘 상태에서 마취 및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심장내과와 외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공조 시스템 확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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