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했는데… ‘실리콘 인공유방’ 큰 탈 부메랑 기사의 사진
5년 전 가슴 성형수술을 받은 산모의 모유에서 ‘실리콘 겔(gel) 보형물’ 성분이 섞여 나온 사실이 최근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고 있다. 미용 목적으로 혹은 유방암 수술 후 보형물을 넣어 가슴 재건 성형을 한 여성들, 특히 임신했거나 결혼을 앞둔 이들의 불안감이 크다.

그동안 가슴 보형물이 안에서 터진다 하더라도 주변에 만들어지는 보호막(피막)이나 끈적끈적한 실리콘 겔의 점성으로 인해 모유로는 유입되지 않는다는 게 의료계 및 전 세계 보건 당국의 일반적 견해였다. 긴급 조사에 나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확보한 산모의 진료기록과 MRI(자기공명영상) 자료 등을 통해 파열된 보형물의 실리콘 겔이 모유에 유입된 흔적을 발견했다. 또 산모가 보관 중인 모유의 성분 검사 결과 젖에 섞여 나온 물질이 해당 보형물의 실리콘과 동일한 성분임을 확인했다. 다행히 2개월 남짓 모유를 먹은 아기와 산모의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모유에 실리콘 성분 확인”

전문가들은 “제대로 수술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거나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삽입된 보형물의 실리콘 성분이 유선(젖 분비샘)이나 유관(젖 운반 통로)으로 들어가기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구조라는 이유를 내세운다. 가슴은 피부 아래 유관 유선 지방층 대흉근(큰가슴근육)으로 돼 있는데 보형물은 대개 대흉근 아래 공간에 삽입된다(그림 참조).

보형물은 몸 속에 들어가면 이물질로 인식돼 주변에 얇은 막(피막)이 형성되는데, 대개는 보형물이 터져도 막 안에 머문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영대 법제이사는 6일 “피막 바깥으로 나왔다 하더라도 역시 막으로 둘러싸인 대흉근이나 유선을 뚫고 유관까지 도달하려면 상당히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코헤시브(cohesive·응집력 강한) 실리콘 겔’은 액체 상태가 아니고 점성이 높아 파열되더라도 젤리처럼 뭉쳐 잘 이동하지 않는다. 이번 사례의 산모도 코헤시브 겔 보형물을 사용했다.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가슴성형 보형물이다.

김영석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도 “실리콘 성분이 피막을 뚫고 겨드랑이나 근육층 아래로 스며든 사례가 보고된 적 있지만 유선이나 유관을 통해 모유로 섞여 나온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수술 과정의 문제와 제품 하자, 수술 후 관리 소홀 등을 두루 살펴보고 있다. 수술한 의사는 성형외과 전문의이며 임상 경험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보형물은 글로벌 회사 유명 브랜드 제품으로 식약처 허가도 받은 걸로 파악됐다.

대한성형외과학회 전영준(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교수) 홍보이사는 “하지만 요즘 일련번호까지 카피한 중국산 짝퉁 보형물이 암암리에 유통되는 것으로 안다”며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형물 삽입은 대개 겨드랑이와 가슴 밑선, 유륜(젖꼭지 주변) 절개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번 산모 사례는 유륜 절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유선이나 유관이 손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유 수유 전 초음파·MRI 검사”

식약처는 지난달 26일 의료기관과 가슴 보형물 삽입 여성들에게 1차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식약처는 “굉장히 드문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힘들다”면서 “가슴 보형물이 터지지 않은 경우 수유를 중단하거나 수유를 위해 이미 삽입한 보형물을 제거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모유 수유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인 경우 유방 초음파나 MRI 검사를 통해 파열 여부를 전문의에게 진단받으라”고 권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향후 국내외 유사 사례 수집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실리콘 겔 보형물에 대한 안전성을 재평가하고 필요 시 사용자 주의사항 및 허가사항 변경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용 실리콘은 몸에 들어가도 비교적 안전하지만 미량 포함된 중금속의 위해성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기 부작용 중 실리콘 인공유방 61%

식약처가 지난해 접수한 의료기기 부작용 보고 현황(총 1296건)에 따르면 실리콘 겔 보형물이 50.7%(657건), 실리콘막 보형물이 10.4%(135건)를 차지해 실리콘 인공유방이 전체의 61.1%에 달했다. 실리콘 겔 보형물 부작용(657건) 중에는 구형·구축(딱딱하게 굳음) 290건, 파열 268건, 주름 22건, 기타(감염·염증·혈종·장액종 등) 77건 등이었다. 최근 4년간(2013∼2016년) 실리콘 겔 인공유방 부작용 건수(3758건)로 보면 파열(2423건)이 구형·구축(1026건)보다 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보형물 파열의 경우 환자의 인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사례의 산모도 수술 후 5년간 양쪽 가슴 보형물이 터진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전영준 홍보이사는 “가슴이 딱딱해지고 멍울, 통증이 나타나는 구형·구축과 달리 미세한 보형물 파열은 80∼90%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면서 “수술 후 1년간은 3개월마다 한 번씩, 그 후에는 매년 한 번씩 체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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