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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착취·차별… 장애인 노동자들이 운다

대한민국에서 그들이 설 땅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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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2급인 김모(18)군의 어머니 이원주(가명·51)씨는 장애인 특수학교 졸업을 앞둔 아들을 취직시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어머니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졸업반인 김군은 지난해 장애인 보호작업장인 한 빵집에서 실습을 받았다. 실습기간인 3개월 동안에는 월급도 없이 일했다. 오히려 매달 5만원씩 실습비를 냈다.

몸이 불편한 김군을 위해 이씨는 출근길에 항상 동행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대중교통을 네 번씩 갈아타야 했다. 몸이 불편한 김군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빵집 일은 고됐다. 업무성과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다. 야근도 잦았다. 업무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날이면 작업 능력이 떨어지는 김군을 돕기 위해 이씨가 아들과 함께 일을 하기도 했다. 다른 실습생의 어머니도 자식을 위해 옷소매를 걷어붙였다.

김군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실습을 마치고 이곳에 취직하더라도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빵집은 업무 능력에 따라 월급을 차등 지급하는데, 가장 많이 받아도 30만원 안팎이었다. 근로 형태는 3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하는 비정규직이었다. 고용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시밭길일 것 같았다.

이씨는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출퇴근하고, 월급을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결국 돌아오는 건 푼돈과 불안감”이라며 “그렇게 일할 바에는 그냥 집에서 내가 돌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김군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구직활동을 하는 졸업반 학생들은 대체로 컴퓨터 부품을 끼워넣거나 볼펜을 조립하는 단순 노무직에 취업했다. 이들이 한 달 일한 대가로 받는 돈은 20만원. 이씨는 “장애인은 월급 50만원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지난해 15∼64세 장애인 중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은 전체 장애인의 35.8%인 48만5610명이었다. 이 중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1만6400여명은 대부분 중증 장애인이다. 나머지 46만9100여명의 취업 장애인은 일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장애인 차별과 배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저임금은 기본이고 임금 체불도 잦다. 지방의 한 장기학원에서 청소원으로 일했던 뇌병변장애 4급 고영문(가명·48)씨는 1년간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고씨는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하루 4시간씩 일하면 월 50만원을 주겠다”는 사장의 구두 약속을 믿고 일을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고씨는 수급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오후 10시까지라던 근무시간은 거의 매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월 50만원이라는 약속도 공수표였다. 고씨는 사장에게 항의했다가 쫓겨나고 말았다.

지적장애 3급인 한지철(가명·60)씨도 충북 괴산에 있는 한 가정집에서 9년간 허드렛일을 했지만 한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씨는 이른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고추농사, 배추 절이기 등을 쉴 새 없이 했다. 이 사실을 안 인권센터가 지난해 말 한씨 보호에 나섰고, 경찰에 임금체불 문제를 수사의뢰했다.

한 장애인 인권전문가는“지방으로 갈수록 감시망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최저임금은커녕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스스로도 임금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없고, 일을 시키는 사람도 장애인을 정당한 임금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등 인식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관련기사 3면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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