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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deep] 美처럼 예산편성권 국회에?… 찬반논란 불붙었다

문재인·안희정 대선주자發담론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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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 예산을 편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수정한다는 대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은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박탈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은 연초에 보고서를 하나 발표하고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 보고서엔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의 주요 과제로 예산권을 국회에 넘기자는 제안이 나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 측도 비슷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최근 대선 출사표를 던진 안희정 충남지사도 “내각중심제 국정운영을 할 것”이라며 “의회의 입법권한을 예산계획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미국처럼 의회에 예산권 이관?

우리나라 헌법은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하면 국회가 이를 심의해 확정한다’고 규정한다.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예산지출액을 늘리거나 새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우리 국회가 예산안에 행사하는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올해 본예산 지출액 400조7000억원 가운데 국회에서 늘거나 줄어든 금액은 모두 합쳐 2.3%(9조3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대통령제에선 의회의 정부 견제역할이 중요한데도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권력의 입김이 예산안에 쉽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지난해 ‘최순실 예산’이 대표적이다.

한국 대통령제의 모델 격인 미국의 경우 의회가 막강한 예산편성권을 행사한다. 대선주자들이 제안하는 ‘예산권 국회 이관안’도 미국 사례를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통령실 소속 기관인 관리예산처(OMB)가 우리나라의 기재부 역할을 한다. OMB는 예산편성지침을 마련하고, 각 연방기관으로부터 받은 예산요구서를 바탕으로 ‘대통령 예산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다. 다만 이 예산안은 참고사항 성격이 강하다. 법적 구속력은 없다.

미국 의회는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수정할 수 있다. 미국 헌법은 예산을 법률로 규정하고, 의회 의결 없이는 예산을 쓸 수도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제를 채택한 프랑스도 사업별 지출규모를 변경하지 않는 수준에서 세부 예산을 조정할 권한을 의회에 보장하고 있다. 우리보다 의회 권한이 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선심성 예산 견제할 수 있나

국회가 예산편성권을 쥐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역구 선심성 예산이 무분별하게 편성될 수 있고, 국회의 예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선 상당한 조직개편이 따라야 한다”면서 “예산을 독자적으로 편성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의원이나 보좌 인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무차별적으로 끼워넣는 선심성 예산을 견제할 구조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회가 예산을 편성하는 미국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특이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주요국의 예산제도’ 자료를 분석해 보면 영국 독일 등 대부분 선진국은 의회가 정부 동의를 받아 예산을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의회 권한을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의회 다수당이 정부 내각을 구성해 국정을 주도하는 의원내각제 구조여서 우리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

예산 편성의 주체를 따지기보다는 심의 과정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는 예산안 심의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무려 8개월 동안 예산안을 심의한다.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예산 심의기간이 짧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임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상설특위 체제에선 예결위원이 다른 상임위 위원직을 겸해야 하고, 임기도 1년에 불과해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겸직이 불가능한 임기 2년의 상임위 체제로 전환해 전문성을 높이고, 예산 심의기간을 충분히 보장하자는 얘기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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