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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 입김’ 약해지자 너도 나도 한 자리 차지 극성

新 관피아 전성시대

[단독] ‘靑 입김’ 약해지자 너도 나도 한 자리 차지 극성 기사의 사진
세월호 참사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관피아’(관료+마피아)의 공공기관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6일 인천항만공사 신임 사장으로 취임한 남봉현 전 해양수산부 기획조정실장이다. 남 사장은 선정 과정부터 내정자라는 하마평이 무성했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훌륭한 인물이라도 선정 이전부터 내정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최근 5개월 사이 22명의 공공기관장이 관피아로 채워졌다. 남 사장을 합하면 23명째다.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감사 등 고위 간부직을 합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新) 관피아’ 전성시대가 도래한 1차 원인은 탄핵 정국으로 꼽힌다. 공공기관장 인사권을 쥐고 있던 청와대 입김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정치인·교수 등 정권 차원에서 챙겨줘야 할 논공행상 대상이 사라지면서 이 틈을 관료들이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때마침 이 시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도 많았다.

물꼬는 지난해 9월 황규연 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실장이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이후 트였다. 다음달인 10월엔 4명이 공공기관장으로 인선된 데 이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5명, 4명이 더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달에는 7명으로 대폭 늘었다.

고위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으로 몰리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급 실장직의 경우 차관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관직을 떠나는 게 관례다. 대신 이들은 산하기관에서 적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기관장으로 근무를 해왔다. 이를 통해 2급 이하 공직자들의 인사 시스템도 돌아갔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정권 말기에 몰리고 있는 현재 상황이다. 적정한 평가 시스템을 거쳤는지 검증할 수 있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관직은 국민의 종복인데 이들이 해당 공공기관으로 내려가는 구조를 만든 것도 기강해이”라며 “관피아들이 경쟁력을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되는 시스템이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성이 강한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의 경우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기회가 더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35개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인천항만공사를 포함해 16곳의 기관장이 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정부가 고시한 ‘2016년 비영리 취업 제한 기관’을 보면 시장형 공기업 14곳은 공직자 취업이 제한된다. 이를 뺀 21곳 중 5곳을 제외한 모든 기관이 관료로 채워진 상태다.

관료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쟁력이 뛰어난데도 관료 출신이라고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관피아 출신 한 공공기관장은 “취임해보니 전임 교수 출신 기관장이 제대로 해놓은 게 없었다”면서 “조직 추스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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