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엿장수의 추억 기사의 사진
예전 동네에는 엿장수가 있었다. 가난이 당연했던 그 시절, 엿장수들은 하얀 분칠한 엿을 실은 손수레를 몰고 등장했다. 헐렁하고 네모난 엿가위로 연신 ‘짤까닥 짤까닥’ 소리를 내며 코흘리개들을 끌어모았다. 아이들은 빈 병이나 쇠붙이 등을 들고 나와 엿과 바꿔먹었다. 아이들의 조름에 엿장수는 쇠로 만든 끌을 대고 가위로 쳐서 엿을 더 얹어주기도 했다. 운이 좋으면 ‘똥비누’라고 불리던 빨랫비누를 받는 행운도 누렸다. 값어치는 엿장수 마음이었다. 빈 병의 용도는 다양했다. 일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신혼 새댁 시절에는 도둑이 들까봐 무서워 창가에 소주병을 세워놓기도 했다. 꿀과 들기름, 호롱불 기름을 담는 용기로 변모하기도 했다.

엿장수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언저리다. 85년 시작된 ‘빈 용기 보증금제도’ 영향도 있다. 소주병 20원, 맥주병 30원이었다. 빈 병을 들고 동네 구멍가게를 찾아 군것질거리와 바꿔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빈 용기 보증금은 94년 40∼50원으로 인상됐다. 2000년대 들면서 분리수거가 일상화되고, 군것질거리와 바꿔먹기엔 턱없이 적은 보증금이다 보니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 빈 용기 보조금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소주병 40원, 맥주병 50원이던 보증금이 지난달부터 각각 100원과 130원으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선 어르신들이 빈 병을 들고 와 보증금을 받아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어려운 형편에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자는 마음이다. 매년 소비자들이 포기한 보증금이 570억원이나 된다.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문제는 보증금 인상을 핑계로 주류 업계와 일부 식당들이 주류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중대형 식당들은 출고가 1000원의 소주를 5000원 이상에 팔고 있다. 공급받는 도매상에서 빈 병을 수거해 가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들 업계에 엿장수의 따뜻한 인심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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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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