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주거난 청년들의 짐, 함께 나누어 지다

월세 저렴한 쉐어하우스 제공 착한주택협동조합 ‘보후너스’ 배정훈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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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주택협동조합 보후너스 배정훈 조합장이 8일 서울 '길음동 쉐어하우스'에서 주방 공사를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청년 주거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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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석관동 쉐어하우스’에 거주한 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다. 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준비해 간호학과에 입학한 청년, 돈을 모아 결혼한 청년, 소방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청년 등 좋은 소식이 잇따랐다.

착한주택협동조합 ‘보후너스’의 조합장인 배정훈(34·파주 하늘소망교회)씨가 2014년 청년들의 주거비용 절감을 위한 쉐어하우스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이 같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서울 구로구 경인로의 한 카페에서 지난 3일 만난 배 조합장은 “처음엔 청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저렴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는데 쉐어하우스가 청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디딤돌이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며 “청년 주거문제를 함께 해결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자를 꿈꿨던 배 조합장은 우연한 계기로 주거 공유 사업에 뛰어들었다. 늦깎이로 입학해 서울교대에 재학 중이던 2013년, 군 제대 후 복학한 한 살 터울 동생 지훈씨와 함께 서울 성북구에 살 집을 찾고 있었다. 학생 형편으로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비쌌다. 공인중개사가 시세보다 저렴하다며 소개한 집은 석관동의 단독주택이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80만원인 60평(198.3㎡)짜리 이층집이었다.

언론보도에서 접한 공유형 주거공간 쉐어하우스가 떠올랐다. 동생과 쉐어하우스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고 지인 6명도 좋은 생각이라며 보증금을 보태줬다.

배 조합장 형제는 자영업으로 인테리어 설비 및 건축 시공을 하던 아버지의 일을 어릴 때부터 도왔다. 덕분에 빈집이었던 석관동 주택의 옥상 방수, 보일러 교체, 대문 수리 등의 작업을 직접 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지인들도 선뜻 도와줬다. 2014년 2월 오픈한 석관동 쉐어하우스는 5개의 방을 갖고 있다. 보증금 100만원 내외에 25만∼35만원의 월세를 받는다. 1년이 지날 때마다 5만원씩 월세를 깎아준다.

형제는 쉐어하우스에 사는 청년들과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영화를 보러 다니는 등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가졌다. 청년을 위한 맞춤 공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배 조합장은 다른 주거공간의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서울시 주택정책과가 ‘빈집 살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받지 않고 장기 계약으로 집을 빌려주면 사업자는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서울 길음동과 신림동 하우스를 만들었다. 길음동 하우스는 11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데 현재 입주신청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LH 쉐어하우스형 청년주택’ 사업에도 참여해 1개 주택을 임대 받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 사업을 통해 추가로 경기도 수원과 오산에 4개 주택을 더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입주자들은 보증금 100만∼200만원에 10여만원의 월세를 내면 된다.

주거 공유 사업을 하면서 배 조합장은 1억원 이상의 빚을 지게 됐다. “주택 대출을 위한 초기 자본 비용으로 들어간 것인데요. 악성부채는 아니고 시간이 흐르고 열심히 일하면 갚을 수 있는 빚이에요(웃음). 빚의 무게감에 눌려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 많은 청년에게 좋은 것을 어떻게 제공해줄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배 조합장의 부모는 아들이 안정적인 교육자의 길로 가길 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배씨가 해온 일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뒤 누구보다 기도로 격려해준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 하는 일도 그 꿈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기쁨을 얻고 있어요.”

모태신앙인 그는 무엇보다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둔다. 가장 많이 묵상하는 성경 말씀도 ‘사랑장’으로 불리는 고린도전서 13장이다. 매주 교회에서 들었던 사랑과 감사에 대한 설교말씀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도 아닌데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기에 이 일을 할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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