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그들만의 리그, 대학 최고위과정 기사의 사진
대학 입장에서 최고위과정은 상당히 매력적인 프로그램이다. 돈과 네트워크를 한꺼번에 챙길 수 있다. 과정당 50명 안팎의 정원에 평균 5개월가량 진행되는 최고위과정의 수업료는 1인당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다. 원우회비, 장학금, 발전기금 등을 포함하면 최소 100만∼200만원은 더 든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학교당 많게는 20여개씩 운영한다. 전국적으로 5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VVIP급 거물들이 이 과정을 거친 것은 물론 법조인, 정치인, 공공기관장, 고위 공무원, 기업인, 중견 언론인, 예술인, 연예인 등 각계 여론 주도층이 모인다. 막강한 동문들이 대학의 소중한 자산이 되는 셈이다.

최고위과정의 원조는 AMP(최고경영자과정)이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1975년 경영대학에 처음 열었다. 지금은 여러 대학이 정책 및 행정, 언론홍보, IT, 부동산, 교육, 보건, 인문, 미술 분야 등으로 외연을 넓혔다.

새 강좌가 잇따라 개설되면서 신입생 유치전은 치열해졌다. 지인인 한 대외부총장은 업무 대부분을 최고위과정에 쏟는다고 했고, 서울 유명대학 보직교수인 친척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와 “최고위과정에 다닐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학교 측이 참가자를 할당하다시피 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특화된 분야의 재교육이란 측면에서 최고위과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이 지나치게 돈벌이와 인맥 쌓기에 주력하고, 동문들 역시 ‘사업 민원창구’로 활용하는 경향이 많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몇 년 전 떠밀리다시피 수료한 한 최고위과정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당시 수강생들은 관련 분야 기업인이 다수였지만 그 외 부장검사, 판사, 기무부대장, 지방경찰청 차장, 중앙부처 국장, 은행 부행장, 기자, PD 등 다양했다. 그들 중 다수는 지금도 자주 만난다는 후문이다.

매년 2월이면 대학들이 최고위과정 신입생을 모집하느라 부산하다. 참가를 권유하는 스팸성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내게도 벌써 9통 왔다. ‘그들만의 리그’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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