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신갑] 바늘허리에 실 매기 기사의 사진
2월 중순. 곧 봄이 올 것을 알지만 아직은 춥다. 그 봄을 조금 앞당겨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탄핵으로, 특검으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 땅 위를 열심히 뛰고 있다. 조금씩 후보군의 윤곽이 잡혀 가고, 몇몇 주자들은 이런저런 정책을 내놓으면서 경주는 시나브로 시작된 것 같다. 아직 레인도 제대로 그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무작정 뛰어다니다보면, 서로 부닥뜨리기도 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내닫게도 되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달리는 다른 주자들을 유심히 살피며, 뭘 하면 앞설지, 어떻게 하면 뒤처지지 않을지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선거에서도 비슷한 문제들을 겪었지만, 아마도 조기 대선에 인수위 기간도 없이 취임해야 하는 일정의 초단거리 경주로 치르게 될 이번 선거에서 더더욱 두드러질 문제가 정보의 문제이지 싶다. 논리정연하면서도 선명하게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고는 싶지만 우선은 인지도, 호감도,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캠프 측의 경쟁 논리와 시청자나 독자의 관심이 몰리는 곳에 더 먼저 가서 특종과 독점을 해야 하는 언론매체의 경쟁 논리가 서로 맞물리면서 모두 더 빨리, 더 많이 뉴스를 만들어내는 쪽으로 움직이다보니 넘쳐날 수밖에 없다. 각 캠프에서는 뉴스 시간과 신문 지면을 자기 후보의 얼굴로 채우기 위해 크든 작든 뭔가 얘깃거리를 계속 생산해내고, 이것들은 종편과 인터넷 등을 포함해 폭증한 정보 채널을 타고, 24시간 멈추지 않는 뉴스 사이클에 실려 정보 홍수를 낸다.

그래서 벌써부터 많이 뜨겁고, 앞으로도 더 뜨거워질 것이다. 그럴수록 덩달아 쉽게 달아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유권자들의 눈과 귀다. 이번에는 훨씬 더 날카로운 눈으로 후보들을 세세히 살펴보고, 지난번보다 정신 더 바짝 차리고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꼼꼼히 들어보겠다는 마음은 모두 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뉴스 환경이 만들어내는 정보 홍수 속에서는 냉철한 검증과 선택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들을 얻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정보 과잉은 변별력이 없다는 점에서 정보 부족과 같은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보를 제대로 소화하고 정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들일 것은 들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내칠 수 있게 하는 여과 또는 선별장치다. 신뢰할 수 있는 매체에 기대하는 역할이다.

얼마 전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싸고 후보 간에 사달이 났던 것도 침착하고 진지하게 다뤄야 할 내용을 서둘러 섣불리 다루다 생긴 정보 홍수에 떠내려온 부유물 중 하나로 보인다. 발단은 2월 초 후보 중 한 분이 세운상가의 ‘팹랩’을 방문해 젊은 예비창업자들과 만나 나눈 얘기들에 대해 다른 후보 측과 설전이 오가면서였다. 양측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어찌 생각하면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다른 점에 대해 조곤조곤 따지기 보다는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더 부각된다는 것이다. ‘신경전’이란 표현을 쓴 기사들은 다툼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고, 두 사람이 했던 발언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 쪽도 쟁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를 연결시킨 한 분의 얘기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일자리 문제, 특히 청년의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듣기 좋은 말들을 피상적으로 엮어 놓은 것처럼 들린다. 이제는 귀에 익었을 ‘고용 없는 성장’이나 ‘자본중심적 기술변화(Capital Biased Technological Change)’ 등 고용시장 전반의 일자리 창출력 저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려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후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인 만큼 다른 후보 측의 논평에서 나온 ‘따라하기’ 시비는 접어두자. 하지만 그 다음에 이어진 정부와 민간의 역할에 대한 교과서적 논쟁은 양쪽 모두 문제의 복잡성을 무시한 과도한 단순화로 보인다. 질세라 끼어든 다른 후보들은 규제와 교육 정책 얘기를 들고 나왔다. 문제의 핵심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는 모양새다.

앞으로 후보들의 행보에 가속도가 붙고, 선거 열기가 더해 갈수록, 그들 간의 밀고 당기기는 더 거칠어질 것이고, 곡해와 와전이라고 서로 떠밀 기사거리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터져 나올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유권자도 언론도 고민해야 할 때다. 선거 일정이 급하다고, 대통령을 뽑는 선택도 졸속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바늘허리에는 아무리 실을 칭칭 감아도 쓰지 못한다. 바늘귀에 꿰어야 한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